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202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를 압도하며 조별리그 F조를 무패로 마무리했다. 백기태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10일(한국시간) 어스파이어존에서 펼쳐진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3-1 완승을 거두며 2승 1무(승점 7)를 기록, 조 2위로 32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는 지난 2019년 브라질 대회 이후 6년 만에 거둔 조별리그 통과 성과이자, 대폭 확대된 새 토너먼트 체제에서 한국 축구의 뿌리 세대가 보여준 값진 결실이다.
이번 U-17 월드컵은 참가국이 24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고, 이에 따라 토너먼트가 16강 대신 32강부터 시작되는 변화된 형식으로 치러진다. 4개 팀씩 12개 조로 나뉜 조별리그에서는 각 조 1, 2위 24개국과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8개국이 32강에 오르게 된다. 한국은 1차전에서 멕시코를 2-1로 제압했고, 스위스와의 2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이미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최소 조 3위 이상의 성적을 확보한 상태였다.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승리를 추가하면서 한국은 스위스와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밀려 조 2위로 토너먼트 대진에 합류하게 됐다.
이날 코트디부아르와의 최종전은 한국이 "죽음의 조"라 불린 F조를 이겨내는 저력을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전반 26분, 임예찬의 패스를 받은 미드필더 김지성이 상대 수비벽을 뚫는 강력하고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성공시키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고, 전반 35분 상대 알라산 투레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전반전은 1-1 균형 속에 마무리됐다.
후반 들어 백기태 감독의 전술적 결단이 곧바로 승부를 갈랐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오하람을 대신해 정현웅을 교체 투입했는데, 이 카드가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정현웅은 투입된 지 불과 3분 만인 후반 3분, 김도연과의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를 통해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다시 한국에 리드를 안겼다. 이후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36분에는 김은성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수비수 이용현이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3-1 대승을 완성했다.
이번 조별리그 무패 통과는 한국 축구가 U-17 월드컵 무대에서 10년 만에 기록한 성과이기도 하다. 백기태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체력적 어려움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를 풀어나갔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의 미래가 한 단계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제 모든 조별리그 일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확정될 32강 토너먼트 대진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15일 또는 16일에 치러질 32강전에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조직력과 김지성, 정현웅 등 핵심 선수들의 기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대 최고 성적인 8강 그 이상을 목표로 정조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