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발 인공지능(AI) 관련주 "거품론"이 재부상하며 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19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가 넘는 급락세를 보이며 장중 한때 3900선이 붕괴되는 등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시장 전반의 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였으며, 이는 올 한 해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 및 기술주 중심의 쏠림 현상에 대한 경계감이 표출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특히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고평가 논란이 심화되면서 국내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장 초반부터 하락세로 출발하여 낙폭을 키워나갔고, 결국 전날에 이어 4000선 아래에서 거래를 마쳤다. 단기간에 4200선 돌파를 시도했던 코스피의 급격한 후퇴는 국내 증시가 글로벌 기술주 흐름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한국 증시가 글로벌 반도체 및 AI 산업의 프록시(Proxy)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급락장의 핵심 동인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다. 이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 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매도 대상은 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 특히 AI 테마의 핵심으로 분류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관련주에 집중되었다. 이러한 외국인의 움직임은 글로벌 유동성이 위험 자산 회피 심리(Risk-off)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보다는 단기적인 수급 불안정에 의해 지수가 휘둘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하락장에서 저가 매수에 나섰으나,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 물량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상존하는 점 또한 증시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유동성 환경이 경색될 것이라는 전망은 성장주 중심의 기술주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중 갈등 재점화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전반적인 위험 자산에 대한 노출을 줄이려는 경향을 보였다. 코스닥 지수 역시 동반 하락하며 850선까지 밀려나는 등 중소형 기술주 시장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조정 국면을 단기적인 수급 악화와 과도한 기술주 쏠림 현상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작용으로 진단하면서도, 추가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AI 기술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단기적으로 급등했던 밸류에이션 부담이 해소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는 연초 이후 주요국 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만큼, 고점 대비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어 투자자들의 심리적 충격이 큰 상황이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증시 부양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글로벌 금융 환경 변화와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털을 면밀히 분석하고, 과도한 변동성에 휩쓸리지 않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