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강경 발언 이후 중국 정부가 사실상의 '방일 자제령'을 내리면서, 일본 경제의 핵심 축인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관광은 일본 수출에서 자동차 완성품 다음으로 비중이 큰 산업으로, 중국발 경제 제재는 일본에게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안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쿄에서 신지영 특파원이 보도한다.
중국 외교부가 일본 방문 자제령을 내린 배경에는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개입' 시사 발언 이후 급속도로 냉각된 중일 관계가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의 경제 제재와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오며, 일본 경제에 미칠 파장이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현재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아사쿠사 등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아직은 큰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은 "(자제령은) 별로 신경 안 써요. 그래도 평화가 제일 중요하긴 합니다"라고 말했지만, 상인들은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상인은 "(중국인 관광객이 안 오게 되면) 곤란해요. 빨리 화해를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밝혔고, 다른 상인 역시 "지금은 딱히 달라진 건 없지만 (관광객이) 많이 줄어들면 곤란해질 수도 있지요"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본 수출에서 관광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동차 완성품 다음으로 높으며, 올 들어 전체 외국인 관광객 소비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하는 등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 경제에 미칠 손실 규모는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예상치에 따르면, 2012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갈등 당시처럼 중국인 방문이 급감할 경우, 일본의 경제 손실액은 2조 2천억 엔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은 0.36%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욱이 갈등이 장기화되면 중국이 후속 보복 조치를 이어갈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일본 기업에 대한 제재, 희토류 수출 통제 등 일본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다양한 카드가 중국 측에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발 경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 금융 시장은 즉각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오늘(18일)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3% 넘게 급락하며 4만 9천선 아래로 추락했고, 대규모 추경(추가경정예산) 소식까지 겹치면서 채권 시장과 외환 시장마저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기록되었다.
이러한 심각한 경제적 타격 우려에도 불구하고, 총리가 뜻을 굽혀 발언을 철회할 거라 보는 시각은 극히 드물다. 오히려 총리가 고공 행진 중인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견고한 보수층의 지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중 강경책을 고수할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단기적인 경제적 손실보다는 정치적 지지 기반 강화와 외교적 강경 노선을 택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