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금융의 대표적인 풀뿌리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의 부실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새마을금고 1,265개 중 4분의 1에 달하는 314개 금고가 현재 경영개선조치 대상에 포함되어 있으며, 직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징계 건수 역시 시중은행의 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건전성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경영개선조치가 진행 중인 금고는 전국적으로 314개에 달한다. 이는 전체 금고 수 1,265개 중 약 24.8%가 부실 금고로 분류되어 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경영개선조치 대상 금고 수는 2023년 말 120개에서 작년 말 287개로 두 배 이상 급증한 데 이어, 올해는 9개월 만에 30개 가량이 더 증가하는 등 부실 확산세가 뚜렷하다.
특히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 4등급에 해당하는 경영개선요구를 받은 금고가 급증하고 있는 점이 심각성을 더한다. 경영개선요구 금고는 작년 말 72개에서 올해 9월 128개로 약 80% 폭증하였다. 이 기간 신규 경영개선요구 금고가 95개였음을 고려할 때, 상당수의 금고가 경영개선요구를 받고도 장기간 개선에 실패했거나 부실이 심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부실 금고가 폭증하는 원인으로는 개별 금고 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수익성만을 추구하며 무리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건전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것이다. 올해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제재공시 84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182명의 직원이 중앙회에서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같은 기간 금융감독원을 통해 징계를 받은 4대 시중은행 직원 수 30명과 비교했을 때 약 6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직원 일탈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부적정 대출 취급 및 불법 거래로 총 62건에 달했다. 이는 금융기관의 핵심 신뢰성인 여신 관리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례로 특정 금고에서는 2023년부터 2024년 6월까지 동일인에게 한도를 초과한 대출을 취급하거나 임직원 직계가족을 대상으로 한 특혜 대출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중앙회의 검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을 아예 거부하거나, 상위 감독 기관인 행정안전부의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사례까지 발견되었다. 전국 1,200여 개에 달하는 일선 금고의 지역 영향력과 이사장 통제권이 과도하게 강력하다 보니, 중앙회 금고감독위원회가 인지하기 전에 내부 통제 일탈이 쉽게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직 구조상 지역 금고의 독립성이 과도하게 큰 것이 일탈의 원인”이라며, “실시간 모니터링, 불법 대출 사전 차단, 위험 금고 조기 경보 시스템 등 내부통제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새마을금고는 수익성 측면에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24년 상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연속적으로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4년 말에는 -1조 7,38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재무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새마을금고의 고질적인 건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독권을 금융 분야 전문성이 부족한 행정안전부에서 금융당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반면, 새마을금고가 가진 풀뿌리 상호금융이라는 고유의 특성을 무시하고 일반 시중 금융사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역차별적 조치이며, 지역 사회 기여라는 본연의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어 감독 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