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주호주 대사 임명 및 출국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 정부 핵심 인사 6명을 범인도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자신에게까지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국외 도피를 지시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순직 해병 특검팀은 2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범인도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 본류 사건 기소에 이은 두 번째 기소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인사는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당시 국가안보실장),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현 검찰총장) 등 총 6명이다. 이들 전직 고위 공직자들은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하여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이었던 이 전 장관의 해외 도피를 직·간접적으로 도운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 'VIP 격노설'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 전 장관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진전될 경우, 수사 대상이 자신에게까지 확대될 것을 우려하여 이를 차단할 목적으로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관련 부처에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시는 2023년 11월 19일경 이루어졌으며, 당시 수사 외압 의혹이 언론과 정치권에서 증폭되던 시기였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의 출국 과정에 대통령실, 외교부, 법무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조태용 전 실장과 장호진 전 차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임기가 남아있던 기존 대사를 교체하고,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절차를 서둘러 진행하도록 외교부에 지시·독촉한 혐의를 받는다. 외교부는 이 과정에서 이 전 장관의 외국어 능력 검정 점수 등을 제대로 제출받지 않고 공관장 자격 심사를 형식적으로만 진행하여 '적격' 결정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법무부의 역할이 도피 조력에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박성재 전 장관과 심우정 전 차관은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해제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반대 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거쳐 2024년 3월 8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장관은 출금 해제 이틀 뒤 곧바로 호주로 출국하여 대사로 부임했으나, 국내 여론 악화로 인해 11일 만에 귀국하고 결국 대사 임명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사임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모두 윤 전 대통령의 지시와 뜻을 실행하기 위해 공모했으며, 이 전 장관을 수사 기관의 사법 절차로부터 도피시켜 공정한 수사를 방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윤 전 대통령에게는 이러한 도피 지시 외에도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가 추가로 적용되어 법정에서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이번 무더기 기소는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의 '도피' 관련 의혹의 전모를 드러낸 것으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들의 법적 책임 범위가 치열하게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