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일 소장 및 준장급을 포함한 장성급 장교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던 박정훈 대령과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의 헬기 비행 승인을 거부하며 헌정 질서를 수호한 김문상 대령이 각각 준장으로 진급하며 군 내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방부는 이번 인사가 헌법에 대한 충성과 군인 본연의 임무 완수라는 가치에 기반하여 단행되었음을 분명히 했다.
준장으로 진급한 박정훈 대령은 향후 국방조사본부장 대리 직책을 수행할 예정이다. 박 대령은 지난 2023년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채 상병 사건을 원칙대로 조사하다 보직 해임과 항명 혐의 기소라는 고초를 겪었으나, 군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명예를 회복했다. 이번 진급은 권력의 외압에 굴하지 않고 군의 기강과 정의를 세우려 노력한 군인에 대한 정당한 평가이자 보상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작전처장이었던 김문상 대령의 준장 진급 역시 파격적이다. 김 대령은 계엄령 선포 직후 특전사 병력을 태운 헬기의 긴급비행 승인 요청을 세 차례나 보류 및 거부함으로써 특전사의 국회 진입을 42분간 늦추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 마비를 막아내며 민주주의 수호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진급 후 합동참모본부 민군작전부장으로 영전하게 된다.
이번 인사는 특정 출신이 독점하던 군 상층부 구조를 타파하고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육군 소장 진급자 중 비(非)육군사관학교 출신 비율은 기존 20%에서 41%로, 준장 진급자는 25%에서 43%로 대폭 상승했다. 학군(ROTC), 학사, 간부사관 등 다양한 경로의 인재들을 고루 등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1996년 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간부사관 출신인 이충희 대령이 준장 계급장을 달며 군 내 "개천에서 용 난다"는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여군 장성의 도약도 두드러진다. 이번 인사에서는 소장 1명과 준장 4명을 포함해 총 5명의 여군이 장군으로 선발되었는데, 이는 2002년 최초의 여성 장군 배출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군 내 유리천장을 깨고 전문성을 갖춘 여군 인력을 핵심 보직에 전진 배치함으로써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특수 병과와 기능적 전문성에 대한 예우도 돋보였다. 육군에서는 공병 병과 출신인 예민철 소장이 이례적으로 사단장에 보직되었으며, 공군에서는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전투기 후방석 조종사 출신인 김헌중 소장이 진급의 영예를 안았다. 해병대 또한 기갑 병과 최초로 박성순 소장이 사단장을 맡게 되는 등 병과를 가리지 않는 능력 위주의 파격 인사가 이어졌다.
국방부는 이번 인사가 정치적 중립성과 군의 사명감을 고취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헌법 수호라는 군의 본질적 가치를 증명한 인물들을 중용함으로써 군 내부에 "옳은 길을 가면 보상받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오직 국익과 국민만을 위해 헌신하는 강군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