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수사 기밀 유지를 이유로 월별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를 거부해 온 검찰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번 판결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서울중앙지검의 예산 집행 세부 현황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가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비공개 사유로 내세운 수사 지장 우려가 정보 공개로 얻는 공익보다 크지 않다고 봤다.
하 대표는 지난 2024년 10월 서울중앙지검의 월별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 기록부 하단에 기재된 배정액과 집행액, 가용액 정보를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측은 해당 정보가 수사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며, 공개될 경우 검찰의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수입과 지출, 잔액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기밀 유지가 필수적인 사건의 수사 방법이나 구체적인 절차를 외부에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특수활동비가 일정 부분 기밀 유지를 요하는 특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집행 사유가 함께 공개되지 않는 이상, 숫자 위주의 내역만으로는 특정 수사의 진행 여부나 경과를 구체적으로 추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국내 최대 규모의 검찰청으로서 대형 인지 수사와 정치권 관련 수사를 도맡아 왔다. 그만큼 특수활동비 배정 규모와 사용처에 대한 시민단체의 감시 요구가 높았던 곳이다. 검찰은 그간 수사 보안을 명분으로 세부 지출 내역을 철저히 가려왔으나, 법원이 알 권리와 예산 투명성에 손을 들어주면서 기존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상급심에서도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서울중앙지검뿐만 아니라 일선 검찰청의 특활비 관리 방식 전반에 대한 공개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밀실에서 집행되던 수사 예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나,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동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향후 상급심에서 수사 기밀의 범위와 예산 공개의 한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