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거래소의 코인 보유량과 실제 거래량을 실시간으로 대조하는 통합 검증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거래소 내부 장부에만 의존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제2의 '유령 코인'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당국이 직접 잔고 증명 시스템을 들여다보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할 방침이다.
사건은 지난 6일 오후 7시경 빗썸이 고객들에게 62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 대신 60조 원어치를 오지급하며 시작됐다. 빗썸 측은 사고 발생 20분이 지나서야 상황을 인지했고, 실제 출금을 제한하기까지 다시 20분을 소요했다. 이 40분 사이 오지급된 비트코인이 시장에 대거 매물로 쏟아지면서 시세가 급락하는 등 투자자 피해가 속출했다.
현재 시중은행은 영업 종료 후 장부상 거래 내역과 금고 내 현금 보유량을 대조하며, 한국은행과 예탁결제원이 실시간으로 자금과 증권의 흐름을 확인한다. 반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업체별로 자체 검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사고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업비트는 5분 단위로 거래량과 보유량을 확인한다고 밝혔으나, 이번 사고가 발생한 빗썸은 구체적인 시스템 운영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개별 거래소에 맡겨졌던 코인 잔고 증명 시스템을 표준화하고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정 코인의 거래량이 실제 보유량을 일정 수준 초과할 경우 즉각 경고 알람이 울리도록 설계해 대응 지연을 원천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 시스템을 금융당국이 상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거래소의 불투명한 자산 관리를 직접 감독할 계획이다.
오지급된 코인의 회수 문제도 강경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오지급된 코인을 매도해 현금화한 이용자들을 향해 "재앙적인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부당이득 반환 및 법적 책임 추궁이 끝까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당국은 오지급된 자산은 반드시 반환되어야 하며, 이를 임의로 처분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거래소의 '장부상 거래'와 '실제 자산' 사이의 괴리가 실시간으로 드러나게 되어,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간 거래소의 내부 데이터를 당국이 어느 수준까지 직접 통제할 것인지를 두고 향후 보안 및 경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