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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권력은 왜 늘 경계를 넘는가…제주도정 ‘채팅방 선거 개입’ 의혹이 드러낸 공직의 붕괴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3-24 09:08



권력은 늘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그리고 그 정당화의 끝에서, 법과 원칙은 가장 먼저 희생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측근 공무원들의 ‘단체 채팅방 선거 개입 의혹’은 바로 그 오래된 권력의 습속이 오늘날 디지털 공간 속에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단순한 규정 위반이 아니다. 

공직이라는 이름으로 부여받은 권한이,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데 사용됐을 가능성, 바로 그 지점에 사건의 중대성이 있다.


비서진과 특보 등 지사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현직 공무원들이 단체 채팅방을 통해 선거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움직였다면, 이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선 ‘권력형 개입’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의무다. 공무원은 특정 인물의 성공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주변부에 있는 공직자들이 선거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공직사회는 봉사 조직이 아니라 ‘정치 조직’으로 변질된다. 

이는 민주주의의 공정 경쟁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행위다.
특히 이번 사안이 갖는 위험성은 그 방식에 있다. 과거에는 전화나 대면 지시 등 물리적 흔적이 남기 어려운 방식이 동원됐다면, 이제는 단체 채팅방이라는 디지털 플랫폼이 새로운 ‘지휘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의견을 통일하고 행동을 조직화하는 ‘집단 행동의 엔진’이다. 공직이 이 도구를 활용해 선거에 개입했다면, 그 파급력은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며, 동시에 더 치밀해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가능했던 구조적 배경이다. 과연 이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는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신호와 분위기 속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는가. 

권력의 핵심부와 가까운 인물들이 동일한 방향으로 행동했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시스템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공직사회 내부에 이미 정치적 충성 경쟁이 자리 잡고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그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오영훈 지사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단체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측근들의 일탈을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는 순간, 그 조직은 이미 통제력을 상실한 것이다. 더 나아가, 만약 이러한 움직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것 역시 무능의 문제이며, 인지하고도 묵인했다면 그 자체로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명이나 유감 표명이 아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법적 책임, 그리고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근본적 쇄신이다. 수사기관은 이 사안을 단순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국한해선 안 된다. 조직적 개입 여부, 지휘 체계의 존재, 윗선의 관여 가능성까지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사건은 또 하나의 

‘흐지부지된 권력형 의혹’으로 남을 뿐이다.

우리는 이미 수차례 비슷한 장면을 목격해왔다. 정권이 바뀌어도, 인물이 바뀌어도, 권력이 공직을 사유화하려는 유혹은 반복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공직사회는 시험대에 오른다. 

이번 제주도정 사안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했는가’가 아니라, ‘왜 반복되는가’다.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것을 지키는 사람들의 태도와 윤리가 더 중요하다. 공직자가 스스로를 권력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순간, 민주주의는 내부에서부터 붕괴된다.


이번 사건은 그 위험을 다시 한번 경고하고 있다.
제주도정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진실을 외면하고 시간을 벌 것인가, 아니면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권력은 잠시지만, 신뢰는 오래 남는다. 그러나 그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 어렵다.

지금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지역 이슈가 아니다. 대한민국 공직사회 전체를 향한 경고이며, 동시에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묻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오직 하나다. 

권력은 법 위에 설 수 없고, 공직은 정치의 하수인이 될 수 없다. 지금, 그 당연한 원칙을 다시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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