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고유가와 고물가 위기 극복을 위한 이른바 '전쟁 추경' 편성 방향을 비수도권과 서민층에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확정했다. 당정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협의회를 열고 민생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내수 진작과 취약계층 보호를 동시에 꾀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추경안의 핵심은 지원의 차등화다.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에, 일반 가계보다는 저소득 취약계층에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되도록 설계됐다. 당정은 최근 급등한 에너지 가격과 물가 상승분만큼을 보전하기 위해 지역화폐 형태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구체화했다. 현금 직접 지원보다 지역 내 소비를 강제할 수 있는 지역화폐를 선택해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를 노린다는 계산이다.
교통 분야에서는 자가용 이용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파격적인 혜택이 도입된다. 전날부터 공공부문에서 시행된 차량 5부제에 발맞춰 대중교통 이용객에 대한 보상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대중교통비 환급 서비스인 'K-패스'의 환급률을 상향 조정해 이용자들의 실질적인 교통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기름값 부담으로 자가용 운행이 어려운 시민들을 대중교통 체계로 흡수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에너지 소비 구조 전환을 위한 장기 대책도 추경 예산에 반영된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가정용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예산이 증액된다. 이와 함께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바우처 지원 확대와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발행 등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한 직접적인 시장 개입책도 포함될 예정이다.
회의장 주변에서는 이번 추경의 규모와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긴박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국회 본관 복도에서 연신 서류 뭉치를 살피며 당 지도부와의 조율에 나섰고, 여당 의원들은 지역구별 민심을 전달하며 지원 사격에 주력했다. 당정은 이번 지원책이 단순한 일회성 시혜가 아니라 고물가 국면을 견뎌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오늘 협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추경안 편성을 조속히 마무리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서 지원 대상 설정의 공정성과 재정 건전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보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선별 지원을 고수하는 정부 측의 논리적 충돌이 향후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 채무 증가에 대한 우려 속에서 편성되는 이번 추경이 실제 물가 억제와 민생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정의 의도대로 비수도권 중심의 자금 배분이 지역 경제에 훈풍을 불어넣을지는 지원금 집행 속도와 시장의 반응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