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 산하 문경관광공사 간부들이 직원들을 특정 정당에 조직적으로 가입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팀장급 간부가 직원들에게 당비를 대납해주겠다며 입당을 종용하는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시 산하 공기업이 사실상 선거 조직처럼 운영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개된 지난해 12월 녹음파일에는 문경관광공사 소속 팀장 A씨가 부하 직원들에게 국민의힘 당원 가입서 확보 현황을 점검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직원들에게 "당원비 1천 원을 내주겠다"며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6월까지만 당원 신분을 유지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식사 대접을 제안하며 가입서를 직접 수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의혹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공사 수뇌부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직원들이 작성한 당원 가입서가 공사 본부장 B씨에게 전달된 정황도 포착됐다. B씨는 국민의힘 소속 신현국 문경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공사 노동조합 측은 이번 사건을 현 시장의 선거 캠프가 공사 내부로 옮겨와 조직적으로 움직인 결과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해당 간부들과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신 시장은 문제의 팀장이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A씨는 과거 녹취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선거 캠프에 합류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돼 시장 측 해명과 배치되고 있다.
현재 사직 상태인 A씨는 본인이 지방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입당을 부탁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B씨 역시 직원들에게 당원 가입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들의 행위가 공무원 등의 선거 관여를 금지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확보된 녹음파일과 내부 진술을 토대로 당원 가입 권유 과정에서 강요나 대가성 거래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시 산하 공기업 내부에서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이뤄졌는지, 그 배후에 윗선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지역 정가와 공공기관 도덕성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