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주 영남 방문에 이어 21일 광주를 찾아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개헌 완성'을 약속했다. 보수 텃밭인 영남에서 부마항쟁의 헌법적 가치를 강조하며 개헌의 명분을 쌓은 우 의장이 호남에서 그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우 의장은 이날 오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국민의힘도 광주 5·18 묘역에 와서 숱하게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약속의 시간이 아니라 실천의 시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개헌안 표결 시 여당 의원들이 당론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껏 투표할 수 있도록 '자율 투표' 여건을 조성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참배를 마친 우 의장은 80년 오월의 최후 항전지이자 최근 복원 작업이 끝난 옛 전남도청을 방문했다. 우 의장은 복원된 도청 건물을 둘러보며 "다시는 불법 계엄과 같은 내란을 꿈도 못 꾸게 하는 헌법적 안전장치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훼손된 옛 도청 건물을 복원했듯,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실어 한국 민주주의의 가치를 온전히 복원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광주 방문은 지난주 경남 창원 부마민주항쟁탑을 찾았던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 의장은 보수 세력이 강한 영남에서 먼저 "부마항쟁을 헌법에 새기자"고 제안해 개헌의 당위성을 끌어냈고, 이를 지렛대 삼아 광주에서 개헌 동력을 결집하는 모양새다. 영·호남을 아우르는 민주화 정신의 헌법화라는 프레임으로 여권의 개헌 반대 명분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회 개헌안 의결을 위해 필요한 정족수까지는 여권 내에서 10표 안팎의 이탈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 의장이 영남을 거쳐 광주에서 개헌 승부수를 던진 것은 표 단속에 주력하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달리, 개별 의원들의 소신 투표를 유도하기 위한 실질적인 여론전의 성격이 짙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야권 주도의 개헌 논의를 '정략적 접근'으로 규정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직접 영남과 호남의 민주화 유적지를 돌며 국민적 요구를 부각하고 있어, 여당 내부에서도 개헌 논의 자체를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 의장은 "전남도청 앞에서 국민께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린다"며 개헌안 처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영남에서 피어올린 개헌의 불씨가 광주를 거쳐 여당의 실질적인 투표 참여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정국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행보는 개헌을 둘러싼 여야의 팽팽한 대치 속에서 국회의장이 던진 가장 강력한 승부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