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내란 사건 1심 재판에서 자신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특검팀을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법치주의 파괴를 꾸짖는 특검의 논고에 박 전 장관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심리로 28일 열린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결심 공판에서 특검팀은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구형 이유에 대해 "법의 이름으로 법을 파괴하는 법 기술자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윤석열의 내란 범죄를 목도하고도 눈을 감은 채 한 배를 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판이 종료된 직후 박 전 장관은 특검석을 향해 "당신들 검사 선서 다시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는 검사 선서를 항상 갖고 다닌다"며 "나는 당신들처럼 살지 않았으니 그렇게 살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법무 행정의 수장이었던 인물이 법정에서 후배 격인 특검 검사들을 상대로 감정적인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취임 당시 강조했던 '정의와 인권'의 가치를 역으로 파고들었다. 특검 측은 "정작 본인은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저버렸다"며 박 전 장관의 행위가 전형적인 내란 가담이라고 규정했다.
박 전 장관은 최후진술을 통해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법적 혐의는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해 국민께 충격과 혼란을 드린 점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대통령을 만류했으며, 계엄 선포 이후의 지시는 법무 행정의 마비를 막기 위한 행정적 조치였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간부들을 비상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소집 등을 지시한 행위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 과정에서 박 전 장관 측은 당시 지시가 계엄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관으로서의 직무 수행이었다는 논리를 고수했다. 반면 특검은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계엄 유지와 반대 세력 탄압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실무 지원이었다고 판단했다.
박 전 장관에 대한 1심 선고는 조만간 내려질 예정이다. 내란죄의 핵심 조력자로 지목된 전직 법무부 수장에게 중형이 구형되면서, 재판부가 '행정적 지시'와 '내란 가담'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