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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0원대 올라선 환율…반도체 호황에도 증시 랠리 변수로 부상

주민지 기자 | 입력 26-06-05 10:17



원·달러 환율이 1530원대에 올라서며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다시 부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실적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고환율과 외국인 순매도 흐름이 맞물리면서 코스피 랠리의 지속성에도 변수가 생겼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일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장 시작과 동시에 1530.0원으로 출발했고, 개장 직후 1530.8원까지 올랐다. 환율이 1530원대에서 거래를 시작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3개월 만이다.

환율은 최근 3주 가까이 1500원대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중동 불안이 이어지며 국제유가가 오르고, 대미 관세 우려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까지 겹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 장중 1530원대를 다시 밟은 것은 지난 3월 31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당시 장중 고점은 1536.9원이었다.

문제는 환율 상승이 증시 흐름과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는 반도체 대형주를 앞세워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 공급 부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전망을 끌어올리며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면 환율 상승과 증시 변동성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반도체 호황에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배경에는 환율 부담이 있다. 원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자는 주가 상승분을 환차손으로 일부 잃을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증시의 실적 매력이 유지되더라도 단기 차익 실현이나 포트폴리오 조정이 빨라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증시 상승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에 집중된 만큼, 외국인 매도는 지수 변동성을 크게 키우는 요인이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고환율은 양면적이다. 수출기업에는 원화 환산 매출 증가 효과가 있지만,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부담이 커진다. 국제유가까지 오르면 항공, 정유, 석유화학, 철강, 식품 등 원가 부담이 큰 업종은 비용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달러 부채가 많은 기업은 이자와 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진다.

가계와 소비자에게도 고환율은 부담이다. 수입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될 수 있다. 해외여행과 유학, 수입 소비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환율 상승이 물가 불안을 자극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는 더 약해지고,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정부도 외환시장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과도한 쏠림이 나타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1530원대를 넘어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설 경우 당국의 구두 개입이나 실제 안정 조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환율 급등은 반도체 중심의 증시 랠리가 대외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코스피가 실적 기대를 바탕으로 고점을 높이고 있지만, 원화 약세와 외국인 매도, 유가 상승이 동시에 이어지면 시장의 상승 탄력은 약해질 수 있다. 하반기 증시의 관건은 반도체 이익 개선세가 고환율과 수급 불안을 얼마나 버텨낼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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