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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호남 후공정 검토…지역 반도체 거점 기대

정한영 기자 | 입력 26-06-16 09:28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 반도체 후공정 시설 투자를 검토하면서 광주를 비롯한 호남 지역에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됐던 반도체 성장 효과가 호남권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후공정 투자만으로 지역 산업 구조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최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과 달리 후공정은 반도체를 절단하고 조립하며 검사하는 단계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와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후공정 역시 과거보다 전략적 가치가 커졌다.

기업들이 지방 투자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반도체특별법도 있다.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과정에서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하도록 했다. 기반시설 조성 비용 지원, 입주 기업 지원,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비수도권 투자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지역별 제조업 흐름은 이미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4월 기준 수도권 제조업 산업생산지수는 144.4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충청권은 지수 자체는 119.2로 수도권보다 낮지만 전년 같은 달보다 7% 증가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호남권 제조업 산업생산지수는 103.8로 전년 동월 대비 7.1% 감소했다. 대구·경북권도 105.2에 머물며 2020년 기준선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지리적 위치보다 산업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수도권과 충청권은 반도체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투자가 이어지는 반면 호남과 일부 전통 제조 권역은 석유화학, 철강, 기존 제조업 비중이 높다. 성장 산업이 어디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지역 생산과 고용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호남권에 후공정 공장이 들어서면 직접 고용 효과는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공정은 전공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 투입이 많은 분야로 분류된다. 국내 주요 후공정 공장의 고용 규모를 감안하면 수천 명 단위의 일자리 창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광주에 추진되는 시설이 고대역폭메모리 등 첨단 패키징을 맡는 구조라면 단순 조립 공정보다 부가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후공정의 성격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과거 패키징은 범용 메모리 중심의 조립·검사 공정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올라섰다. 고대역폭메모리는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쌓고 연결하는 고난도 패키징 기술이 필요하다. 지역에 관련 공정이 자리 잡으면 대학, 연구기관, 협력사가 함께 움직일 여지가 생긴다.

다만 후공정 투자만으로 호남권 산업 구조가 단기간에 바뀌기는 어렵다. 반도체 산업에서 투자 규모와 협력업체 수가 큰 전공정은 여전히 용인과 평택, 이천 등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돼 있다. 전공정 장비와 소재, 공정 개발 협력망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와 비교하면 후공정 단독 투자의 지역 파급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공장 이전이나 신설이 곧바로 생태계 형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다. 지역에 생산시설이 들어서더라도 현지 인력 공급이 부족하면 외부 인력이 투입되고, 협력업체도 기존 수도권·충청권 네트워크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지역 대학의 교육과정 개편, 현장형 인재 양성, 소부장 기업 유치가 함께 이뤄져야 투자 효과가 지역 안에 남는다.

호남권 입장에서는 이번 투자 검토가 제조업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후공정 공장 유치 이후의 설계가 더 중요하다. 기업 투자, 정부 지원, 지역 대학, 협력사 유치가 한 방향으로 묶이지 않으면 공장은 들어서도 지역 산업 생태계는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 호남 반도체 거점화 논의는 이제 유치 여부를 넘어 지역 안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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