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0%를 넘는 초고금리 대부계약을 숨긴 채 채무자를 절도범과 사기범으로 신고·고소한 불법대부업자들에게 검찰이 무고죄를 적용했다. 개정 대부업법 시행 이후 반사회적 대부계약을 기초로 수사기관을 채권추심 수단처럼 이용한 행위에 무고죄를 적용한 첫 사례다.
서울동부지검은 외국인들을 상대로 초고금리 불법 대부를 한 뒤 변제를 압박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허위 신고·고소한 혐의로 불법대부업자 2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대부업법 위반과 채권추심법 위반 혐의뿐 아니라 무고 혐의도 적용했다.
수사는 우즈베키스탄 국적 피해자의 절도 사건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당초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이 사건이 단순 절도가 아니라 초고금리 대부와 담보 제공 과정에서 비롯된 분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검찰 조사 결과 피고인들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외국인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국내 체류 외국인들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한 피고인은 2023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연이율 174%에서 7300% 조건으로 17차례에 걸쳐 5420만원을 빌려준 혐의를 받는다. 다른 피고인은 2022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연이율 100%에서 2만9200% 조건으로 39차례에 걸쳐 1억4300만원을 대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우즈베키스탄 국적 피해자에게 도박자금을 빌려주며 휴대전화를 담보로 받은 뒤, 피해자가 이를 훔쳐 간 것처럼 경찰에 절도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피해자에게는 연이율 6000%가 넘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준 뒤 변제가 이뤄지지 않자 협박성 추심을 하고, 이자 조건을 숨긴 채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자뿐만이 아니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중국, 대만, 몽골 국적 피해자들도 확인됐다. 피고인들은 차량과 휴대전화, 태블릿PC뿐 아니라 여권과 외국인등록증까지 담보로 받아 변제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주목한 부분은 불법대부업자가 수사기관을 채권추심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연 60%를 초과하는 대부계약은 개정 대부업법상 원금과 이자 모두 반환 의무가 없는 반사회적 계약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초고금리 조건을 숨기고 피해자들을 절도범이나 사기범으로 몰아 형사절차를 변제 압박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정 대부업법은 지난해 7월 시행됐다. 법은 무등록 대부업자를 불법사금융업자로 규정하고, 연이율 60%를 초과하는 초고금리 대부계약의 효력을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로 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법사금융업자의 이자 약정도 무효가 되며, 초과 이자를 받은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된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지난해 7월 이후 이자 수수 행위 자체와 그 이전 연 20%를 초과해 받은 이자 수수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판단했다. 피해자로 몰렸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자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불법사금융 수사에서 수사기관의 역할이 채권자 주장 확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리대 피해자가 형사 피의자로 뒤바뀌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불법추심은 경찰 신고와 고소장 뒤에 숨을 수 있다. 연 60% 초과 대부계약 무효 규정이 실제 현장에서 피해자 보호 장치로 작동하려면 허위 신고와 고소를 통한 압박까지 함께 차단하는 수사가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