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와 넷플릭스의 콘텐츠 공급 계약 정보를 미리 알고 자사 주식을 사들인 혐의를 받는 전직 SBS 직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공시 업무를 맡았던 직원이 내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8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전 SBS 재무팀 공시담당자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SBS가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내부 정보를 공식 발표 전에 파악한 뒤 SBS 주식을 매수해 약 8억3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공시 업무를 담당하면서 회사의 중요 계약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SBS와 넷플릭스의 장기 콘텐츠 공급 협약은 주가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 정보였지만, 공식 발표 전까지 외부 투자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직원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모친 명의의 증권 계좌까지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계좌를 나눠 사용한 행위가 단순한 개인 투자라기보다 미공개 정보 이용 사실을 감추고 범죄수익을 키우려는 시도였다고 판단했다.
부친에게 정보를 전달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이 직원이 넷플릭스 계약 관련 내부 정보를 부친에게 알려주고, 부친이 이를 이용해 SBS 주식을 거래해 약 2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자가 직접 거래하지 않더라도 가족 등 제3자에게 미공개 정보를 넘겨 이익을 얻게 하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
SBS는 2024년 12월 넷플릭스와 6년간 콘텐츠를 공급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표 직후 SBS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사흘 만에 약 69% 급등했다. 검찰은 이 같은 주가 변동을 고려할 때 해당 계약 정보가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공개 중요정보에 해당한다고 봤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도 앞서 이 사건을 제재했다. 증선위는 지난 10일 해당 전 직원에게 과징금 10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부친에게도 과징금이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내부자가 기업의 호재성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얻은 전형적인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으로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은 상장회사의 임직원 등 내부자가 업무상 알게 된 미공개 중요정보를 주식 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회사의 계약, 투자, 합병, 실적 등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는 공시 전까지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수 없다. 내부자가 가족 명의 계좌를 이용하거나 가족에게 정보를 넘기는 방식도 규제 대상이다.
이번 사건은 방송사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 간 대형 콘텐츠 계약이 주식시장에서도 민감한 정보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콘텐츠 공급 계약은 방송사의 매출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바꿀 수 있고, 시장은 발표 직후 곧바로 주가에 반영했다. 그만큼 공시 담당자의 정보 접근과 내부통제 장치가 중요해졌다.
재판에서는 해당 정보가 미공개 중요정보에 해당하는지, 피고인이 이를 알고 주식을 매수했는지, 가족 계좌와 부친 거래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기소로 금융당국 제재에 이어 형사 책임 판단도 법정에서 다뤄지게 됐다.
상장사 공시 담당자는 시장 전체가 동시에 알아야 할 정보를 먼저 접하는 자리다. 회사 내부 정보가 특정 직원과 가족의 투자 수익으로 바뀌는 순간, 일반 투자자와의 정보 격차는 곧 시장 신뢰 훼손으로 이어진다. SBS 전 직원 사건은 콘텐츠 호재보다 내부자 거래 방지 체계가 얼마나 촘촘하게 작동했는지를 묻는 사안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