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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면 대신 보복" 텔레그램 조직 덜미…경찰, 윗선까지 추적

김태수 기자 | 입력 26-06-21 10:29



텔레그램으로 의뢰를 받아 사적 보복을 대신 실행한 범죄 조직의 운영자와 자금관리책들이 경찰에 잇따라 붙잡혔다. 주거지에 오물을 뿌리거나 래커칠을 하는 방식의 보복 대행 범죄가 전국으로 번지자 경찰은 실행위자뿐 아니라 의뢰자와 윗선까지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경찰청은 21일 인천 등지에서 발생한 사적 보복 대행 사건의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와 전국 단위 사건의 자금관리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8월 대구에서 처음 관련 범죄가 발생한 뒤 현재까지 전국에서 87건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80건은 실행위자 검거가 이뤄졌다. 경찰은 행동대원 등 65명을 붙잡았고, 이 중 23명을 구속했다. 아직 실행위자를 특정하지 못한 7건에 대해서도 추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적 보복 대행 범죄는 텔레그램 등 온라인 채널에서 의뢰를 받아 이뤄졌다. 의뢰자가 돈을 내면 조직이 행동대원을 보내 상대방 주거지나 영업장에 인분을 뿌리거나 래커칠을 하는 식이다. 단순 장난이나 항의가 아니라 특정인을 겨냥한 해코지에 가까운 범행이다.

개인정보 유출 정황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일부 조직이 통신사, 택배·배송 업체 등을 통해 피해자 주소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빼돌린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기존 배달 대행업체 개인정보 탈취 사건 외에 다른 기관에서도 개인정보가 유출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인천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지난 5월부터 인천, 부산, 경기, 경북, 제주에서 발생한 보복 대행 사건 9건을 수사해 행동대원 4명을 모두 검거하고 구속했다. 이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 A씨도 구속됐다.

A씨는 지난 4월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한 뒤 보복 대행 실행자를 모집하고 구체적인 범행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가 해당 조직의 총책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A씨는 지난 5월 행동대원 2명이 검거되자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도피 중에도 추가 범행 2건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신원을 특정한 뒤 여러 경로로 귀국을 압박했고, A씨는 지난 13일 인천공항에서 검거됐다.

대구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도 전국 사건을 지시한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의 자금관리책 3명을 구속했다. 추가로 체포한 1명에 대해서도 지난 20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들은 대포계좌와 가상자산을 이용해 의뢰비를 받거나 행동대원에게 범행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보복 대행 범죄가 올해 1월부터 집중적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서울 양천경찰서가 배달 대행업체를 통해 개인정보를 불법 유통한 조직원 3명을 구속한 뒤 한동안 범행이 줄었지만, 4월 말 이후 다시 관련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청과 대구청이 상선을 검거한 뒤에는 발생 건수가 급감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개인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적 보복 대행 범죄는 사법 시스템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밝혔다. 그는 실행위자뿐 아니라 의뢰자까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단순 호기심으로 보복 대행에 가담하더라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돈을 받고 남의 집에 오물을 뿌리는 행위는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공포와 피해를 주는 범죄다. 남은 수사의 초점은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들의 연결 구조와 개인정보 유출 경로, 그리고 보복을 의뢰한 사람들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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