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500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군주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주저 없이 세종대왕을 말한다. 한글 창제라는 불멸의 업적 때문만은 아니다. 세종은 사람을 쓰는 법을 알았던 지도자였고, 갈등을 통합의 에너지로 바꿀 줄 알았던 정치가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출범한 이재명 정부 역시 국민통합과 실용주의를 국정운영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통합은 구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진정한 통합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등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에 서 있던 사람들까지 국가 발전을 위해 함께 일하게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세종은 바로 그런 지도자였다.
대표적인 인물이 황희 정승이다.
황희는 세종의 즉위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같은 편이라고 보기 어려웠던 인물이다. 하지만 세종은 과거의 정치적 입장보다 그의 능력을 먼저 보았다.
결국 황희는 영의정으로 중용됐고, 세종 시대 태평성대를 이끈 핵심 국정 파트너가 됐다.
조말생 역시 마찬가지다.
조말생은 뇌물수수 사건으로 탄핵과 유배를 경험한 인물이었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정치 생명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세종은 "죄는 벌하되 능력은 국가를 위해 써야 한다"는 실용적 관점으로 접근했다.
그 결과 조말생은 복귀 후 북방 국방과 외교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조선의 안보 체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세종은 사람을 평가할 때 진영을 보지 않았다.
능력을 보았다.
과거를 보지 않았다.
미래에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았다.
지금 대한민국 역시 비슷한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국론은 크게 양분됐다. 정치권은 여전히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경제 침체, 저출생, 지방소멸, 청년 일자리, 국가경쟁력 약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는데 정치는 여전히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세종의 리더십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은 보수 정권의 성공도 원하지 않고 진보 정권의 성공도 원하지 않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성공이다.
그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가 지지층의 목소리만 듣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반대 진영의 우려와 비판 속에도 국정에 도움이 되는 지혜가 있다면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책이 어느 정권에서 시작됐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실용정부의 자세다.
세종이 황희를 품었던 이유는 충성심 때문이 아니었다.
세종이 조말생을 다시 기용했던 이유도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었다.
오직 국가 때문이었다.
오늘의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내 편 챙기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챙기기’다.
정권의 이해보다 국민의 삶을 먼저 생각하는 정부, 진영보다 실력을 우선하는 인사, 반대 의견을 배척하지 않고 경청하는 정치가 절실하다.
세종은 적을 없애지 않았다.
적을 동지로 만들었다.
세종은 비판자를 침묵시키지 않았다.
국정의 조언자로 만들었다.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국민에게 평가받을 기준도 결국 여기에 있다.
얼마나 많은 법안을 통과시켰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국민을 품었느냐.
얼마나 강한 권력을 가졌느냐보다 얼마나 넓은 통합을 이루었느냐.
세종의 성공 비결은 포용이었다.
대한민국의 미래 역시 포용 속에서만 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