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의 범위를 둘러싼 법원의 판단이 형사재판의 본안 판단을 앞지르고 있다. 범죄 혐의가 입증됐는지를 따지기 전에, 검찰이 애초에 해당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었는지를 먼저 살피는 흐름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 사건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건에서 공소기각 판단이 나오면서 검찰 수사권 조정 이후 남겨진 절차 문제가 다시 법정의 전면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김대규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 전 대법관 사건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권 전 대법관에게 적용된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검찰청법상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 사건에서 다른 수사 가능 범죄와의 관련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 된 혐의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포착된 범죄가 아니라 고발장에 이미 적힌 혐의였다는 점이 판단의 핵심이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수사개시권이 없는 혐의를 직접 수사한 뒤 기소까지 한 이상, 절차상 하자가 공소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화영 전 부지사 사건에서도 검찰의 기소 방식이 재판부 판단의 대상이 됐다. 수원지법은 이 전 부지사의 국회 위증 혐의에는 징역 4개월을 선고했지만, 대북 지원 사업과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부분에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다.
두 사건의 결론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법원이 혐의의 실체만 본 것이 아니라, 수사와 기소가 법이 정한 경계 안에서 이뤄졌는지를 별도의 판단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검찰이 사건을 나눠 기소했는지,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닌 범죄까지 끌고 갔는지,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을 우회했는지가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청법 개정을 거치며 크게 줄었다. 현행 법 체계에서 검사는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 제한된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다만 해당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인지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수사가 허용된다. 이 예외 조항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최근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법원은 이 예외를 넓게 보지 않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한 고발장에 여러 혐의가 함께 적혀 있다거나, 큰 사건의 주변부에 놓여 있다는 사정만으로 직접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수사권을 확보한 범죄를 통로로 삼아 다른 범죄까지 직접 수사하는 방식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 같은 흐름에는 대법원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은 지난해 검사가 수사개시 제한 규정을 넘어 수사한 사건에서, 그 수사에 이어진 공소제기가 법률상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사권 제한 규정이 단순한 내부 사무분장이 아니라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와 형사사법 구조를 지키는 장치라는 취지였다.
그동안 재판 현장에서 검찰 수사권 위반 주장은 자주 제기됐지만, 실제 공소기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재판부가 혐의의 실체를 먼저 판단하거나, 검찰이 주장한 관련성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이 기준을 세운 뒤 하급심은 수사권 문제를 형식적 주장으로만 처리하기 어려워졌다.
검찰로서는 기소 전 단계의 부담이 커졌다. 직접수사 대상 범죄인지, 송치 사건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새 혐의를 어디까지 다룰 수 있는지, 같은 사건으로 묶을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더 엄격하게 검토해야 한다. 기소 이후 재판에서 절차 위법이 인정되면 혐의 입증과 무관하게 공소가 기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 측의 재판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검찰 수사권 범위를 다투는 주장은 일부 사건의 보조 논리가 아니라 본안 판단을 막는 핵심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직접 수사하거나 보완수사한 사건에서는 수사 착수 경위와 혐의 추가 과정이 세밀하게 다뤄질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제도 개편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 분리 논의가 현실화되면 수사와 기소의 경계는 지금보다 더 복잡해진다. 현재의 다툼이 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개시권 문제라면, 앞으로는 중수청과 경찰, 공수처, 공소청 사이의 관할과 보완수사 범위가 새 쟁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판결들이 남긴 질문은 하나다. 수사기관의 권한을 나누는 제도가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어디까지 명확하게 작동하느냐다. 권한 배분이 모호하면 수사는 길어지고, 재판은 절차 문제에서 멈출 수 있다.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잇단 공소기각 판단은 형사사법 개편이 권한 축소나 분리 선언만으로 끝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