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이 동물병원에 판매한 인체용 전문의약품 내역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동물 진료에 사용되는 인체용 전문의약품의 유통 흐름을 확인하고 오남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1일부터 "인체용 전문의약품 동물병원 판매내역 보고제도"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약국은 동물병원에 판매한 인체용 전문의약품 내역을 판매한 날의 다음 달 말일까지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보고 대상은 동물병원에 판매한 인체용 전문의약품이다. 약국은 의약품을 구매한 동물병원 정보와 함께 의약품 표준코드, 판매 수량, 판매일자, 판매금액 등을 제출해야 한다. 판매내역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약사법에 따라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보고 절차는 의약품관리종합정보포털을 통해 이뤄진다. 약국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국민연금공단에서 발급받은 공동인증서를 활용해 요양기관업무포털에 가입한 뒤, KPIS에 접속해 서식에 따라 판매내역을 등록하면 된다. 제출 서식과 작성 방법은 심평원 누리집과 의약품관리종합정보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제도는 동물병원에 공급되는 인체용 전문의약품의 유통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동물병원은 진료 과정에서 동물용 의약품 외에도 인체용 전문의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약국을 통해 동물병원으로 공급되는 인체용 전문의약품의 판매 흐름을 체계적으로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나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의약품이다. 인체용 전문의약품이 동물 진료에 활용될 경우에도 판매 경로와 사용량이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 유통 단계에서 판매내역을 보고하도록 하면 특정 약품의 공급 규모와 판매처를 확인할 수 있어 관리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심평원은 제도 시행에 앞서 약국과 소프트웨어 업체 등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를 진행했다. 대한약사회 학술대회와 설명회 등을 통해 보고 방식과 시스템 이용 절차도 안내했다. 제도 시행 초기 약국 현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준비 절차다.
약국 입장에서는 행정 부담이 새로 생긴다. 동물병원에 전문의약품을 판매할 때마다 판매 내역을 정리하고 다음 달 말까지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동물병원에 공급되는 인체용 전문의약품의 유통 기록이 표준화되고, 추후 관리와 점검도 쉬워질 수 있다.
심평원은 이번 제도 시행이 전문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투명한 의약품 유통관리 체계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 진료 영역에서 쓰이는 인체용 의약품도 국민 안전과 연결되는 만큼, 공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제도 시행 이후 관건은 현장 이행률이다. 약국이 보고 의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기한 안에 자료를 제출하는지, 시스템 이용 과정에서 오류나 누락이 발생하지 않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동물병원으로 향하는 인체용 전문의약품의 유통 관리는 이제 판매 단계의 기록을 얼마나 정확하게 남기느냐에 달려 있다.
-정호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