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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이송 시범사업 "미수용 0건"…전국 확대 앞두고 검증 요구도

박현정 기자 | 입력 26-06-21 17:02



호남권에서 진행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이 종료됐다. 보건복지부는 사업 기간 응급실 미수용 사례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지만, 응급의학계 내부에서는 전국 확대에 앞서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9일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종료 간담회를 열고 사업 성과와 향후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광주광역시와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를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진행됐다.

사업의 핵심은 응급환자를 어느 병원으로 이송할지 현장에서 더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는 데 있었다. 지역별로 질환과 상황에 따른 이송지침을 구체화하고,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병상 정보와 의료자원 현황을 바탕으로 이송을 조정하도록 했다. 우선수용병원 체계도 함께 활용됐다.

복지부는 이 기간 응급실 미수용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구급대가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수용 거절이 반복되거나 이송이 지연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광역상황실과 의료기관, 소방 구급대의 협력으로 환자 이송 흐름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현장 참석자들도 기존 이송지침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실제 작동 가능한 절차로 정리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응급환자를 받는 병원과 이송을 맡는 구급대 사이의 역할이 구체화되면서 현장 혼선이 줄었다는 취지다.

복지부는 이번 성과를 토대로 오는 9월부터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응급실 미수용 사례가 없었던 것은 지역사회와 의료기관, 구급대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한 결과라며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의 시각은 하나로 모이지 않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전국 확대 전에 시범사업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시자료 공개와 공개 토론회, 의료계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평가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범사업이 제한된 지역과 기간에서 이뤄진 만큼 성과를 전국 제도화의 근거로 삼으려면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한응급의학회는 시범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학회는 성명을 통해 광주·전라권 시범사업이 성과적으로 종료됐고, 민간의 전문성과 공공의 협력이 결합하면 응급의료 분야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같은 응급의학계 안에서도 제도화 속도와 검증 방식에 대한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간담회에서는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의료진 개인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응급환자를 받을 병원이 있어도 실제 수술, 입원, 중환자 치료를 맡을 전문의와 병상, 장비가 부족하면 이송체계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배후 진료 역량과 응급의료 인력 확보가 함께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와 국가 지원 확대도 과제로 제시됐다. 중증 응급환자 수용 결정은 의료진에게 큰 부담을 안긴다. 환자 상태가 위중할수록 의료진은 치료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과 민원 위험을 동시에 감수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책임을 개인에게 묻기보다 공적 이송·수용 체계 안에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응급환자 이송 문제를 지역 단위 협력 구조로 풀어보려 한 첫 단계로 평가된다. 다만 3개월간의 미수용 0건이 장기적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지, 다른 지역의 의료자원 격차 속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전국 확대를 앞둔 쟁점은 분명하다. 이송지침과 광역상황실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지, 의료기관이 우선수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배후 진료와 법적 보호 장치가 함께 마련될지가 관건이다. 응급실 미수용 0건이라는 성과가 제도화로 이어지려면 성과 발표를 넘어 현장이 납득할 수 있는 평가와 보완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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