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연명의료결정제도 참여 기반을 넓히기 위해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을 공용의료기관윤리위원회로 추가 지정했다. 이에 따라 전국 공용윤리위는 기존 13곳에서 15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공용의료기관윤리위원회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윤리위원회를 직접 설치하기 어려운 중소 의료기관이 관련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운영되는 기구다.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과 이행을 수행하려는 의료기관은 원칙적으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지만, 요양병원 등 중소 의료기관은 인력과 예산 문제로 자체 설치가 쉽지 않다.
이번 추가 지정에 따라 서울대병원은 서울·경기 지역을, 경북대병원은 대구·경북 지역을 담당하게 된다. 복지부는 수도권과 대구·경북 지역에서 공용윤리위 협약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이번 지정이 중소 의료기관의 제도 참여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의료 시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거나 가족과 의료진이 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는 환자와 가족 상담, 의료진 윤리교육, 연명의료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쟁점 심의 등을 맡는다.
예를 들어 담당의사가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을 거부해 환자가 담당의사 교체를 요청하거나, 의료진과 가족 사이에 치료 지속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윤리위가 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 이처럼 윤리위는 연명의료결정 과정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의료 현장의 갈등을 조정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현재 모든 상급종합병원은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은 전문 인력 확보와 운영비 부담 등으로 설치율이 낮은 상황이다. 이에 복지부는 여러 의료기관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용윤리위를 운영해 제도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기준 연명의료결정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540곳이다. 이 가운데 245곳은 공용윤리위와 위탁 협약을 맺고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협약 의료기관은 공용윤리위로부터 연명의료결정 과정에 필요한 심의, 상담, 교육 등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법적으로 윤리위를 설치한 의료기관과 동일하게 인정된다.
공용윤리위와 협약을 맺은 의료기관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연명의료계획서 작성과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를 청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연명의료 관련 장비를 갖추고 담당 인력이 필요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복지부는 이번 공용윤리위 추가 지정을 계기로 자체 윤리위 설치가 어려운 의료기관의 참여 기반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고령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과 중소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결정 상담과 절차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넓어질 전망이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공용윤리위 추가 지정으로 자체 윤리위 설치가 어려운 중소 의료기관의 연명의료결정제도 참여 기반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자와 가족이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상담과 절차를 지원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내년에도 공용윤리위를 추가 지정하고 사업비 지원을 강화해 연명의료결정제도 수행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의료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가족이 충분한 설명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늘리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