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지난 거래일 6% 넘게 떨어진 데 이어 20일에도 장 초반 2%대 급락했다. 미국 반도체주의 약세와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가 투자심리를 압박하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분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5.46포인트(2.57%) 내린 6645.14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하락률이 3∼4%대로 확대되면서 6500선 안팎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16일에도 463.81포인트(6.37%) 급락한 6820.60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추가 하락으로 지난달 1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9385.59와 비교해 한 달 만에 약 30% 떨어졌다.
수급별로는 오전 9시 5분 기준 외국인이 약 900억원, 기관이 154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하락한 주식을 사들이며 1032억원을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37% 내린 25만1500원, SK하이닉스는 0.98% 떨어진 182만4000원에 거래됐다.
삼성생명은 6% 넘게 하락했고 현대차와 기아, SK스퀘어는 4%대 약세를 보였다. KB금융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동반 하락했다.
코스피 약세에는 지난 주말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종목이 하락한 영향이 반영됐다. 인공지능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통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도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키웠다.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시가총액 비중이 큰 만큼 관련 종목의 하락이 전체 지수의 낙폭을 확대했다. 최근 단기간 급등했던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까지 나오면서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닥도 함께 하락했다. 오전 9시 5분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73포인트(1.61%) 내린 779.11을 나타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165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59억원과 12억원을 순매수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종목이 약세를 보였고 일부 제약·바이오와 반도체 장비 종목은 종목별로 엇갈린 흐름을 나타냈다.
이번 주에는 알파벳과 인텔, 테슬라 등 미국 주요 기술기업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차와 두산에너빌리티, KB금융 등 주요 기업이 실적을 공개한다.
증권가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실적과 반도체 수요 전망, 중동 정세, 외국인 자금 흐름이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 이후 관련 자금이 어떻게 이동할지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최근 코스피의 장중 등락 폭이 크게 확대된 만큼 지수와 종목 가격은 거래 과정에서 빠르게 변할 수 있다. 장 마감까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질지, 개인의 저가 매수가 낙폭을 줄일지가 이날 시장의 핵심 쟁점이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