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를 추가로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 매수세가 몰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3일 장 초반 4% 넘게 뛰었고, 코스피도 반도체주 상승을 발판으로 7000선을 다시 넘어섰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 넘게 오른 가격에 거래됐고, SK하이닉스도 비슷한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장중에는 SK하이닉스의 상승률이 5%대로 확대되기도 했다.
두 종목이 동시에 오른 배경에는 알파벳의 자본지출 확대 발표가 있다. 알파벳은 2분기 실적 발표 뒤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기존 1800억∼1900억 달러에서 1950억∼2050억 달러로 높였다. 원화로 환산하면 최대 300조원을 웃도는 규모다.
알파벳은 데이터센터 건설과 컴퓨팅 자원 확보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 자본지출도 올해보다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 안팎의 클라우드 수요가 강하지만 공급은 여전히 제한돼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알파벳의 투자 확대는 서버용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단기간에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글로벌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에 투입하는 금액이 늘면 AI 가속기에 장착되는 메모리와 대용량 서버용 반도체 주문도 함께 증가한다.
최근 시장에 퍼졌던 AI 투자 둔화 우려도 일부 잦아들었다. 알파벳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도 컴퓨팅 자원 부족을 언급한 점이 반도체 공급업체에 유리한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용 메모리 수요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 공급에서 앞선 위치를 확보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고객사 인증과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주의 강세는 코스피 전체를 끌어올렸다. 지수는 장 초반 상승폭을 키우며 7000선을 회복했고, 외국인 투자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다. 전기·전자 업종과 반도체 관련 종목도 동반 상승했다.
다만 알파벳의 투자비 증가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으로 모두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HBM 공급 경쟁과 고객사별 인증, 메모리 가격 흐름에 따라 업체별 수익성은 달라질 수 있다.
알파벳 역시 AI 투자 부담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규모 자본지출이 수요 확대를 증명하는 동시에 빅테크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국제유가와 시장금리 상승도 변수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커지면서 원유 가격이 오르고 있어 반도체주 상승과 별개로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반도체주 반등이 이어지려면 빅테크의 투자 발표가 실제 메모리 주문과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