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로 배치된 공중방역수의사는 2명에 그쳤다. 연간 정원 150명의 1.3%다. 지난해 한 명도 임관하지 못했던 수의장교도 올해 10명을 확보하는 데 머물렀다.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의 복무기간 단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다른 특수병과와의 형평성을 거론해 온 국방부가 수의 분야에서도 같은 인력난을 마주했다.
공중방역수의사 충원 규모는 2022년 150명에서 2023년 127명, 2024년 103명, 2025년 102명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두 자릿수조차 유지하지 못했다. 신규 수의장교도 2022년 37명, 2023년 41명, 2024년 26명에서 지난해 0명으로 떨어졌고 올해 10명만 임관했다.
두 직역은 선발 과정부터 연결돼 있다. 수의사관후보생 가운데 군이 필요로 하는 인원을 수의장교로 먼저 선발하고 나머지를 공중방역수의사로 편입한다. 장기간 복무를 피하려는 수의대생들이 후보생 지원 자체를 외면하면 수의장교와 공중방역수의사가 동시에 줄어드는 구조다.
수의장교는 군용동물 진료만 담당하지 않는다. 군 급식에 쓰이는 식품 검사와 위생관리, 인수공통감염병 예방과 방역 업무도 맡는다. 공중방역수의사는 지방자치단체와 방역기관에 배치돼 가축전염병 예찰과 방역, 동물검역, 축산물 위생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인력 감소가 군 내부의 수의 진료를 넘어 국가 방역 현장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공중방역수의사의 복무기간은 36개월이다. 군사교육소집 기간은 이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수의장교 역시 단기복무 장교로 3년을 복무해야 한다. 육군·해병대 현역병 18개월과 비교하면 두 배에 이르는 기간이다.
같은 문제는 의료 분야에서 먼저 표면화됐다. 올해 신규 공중보건의사 인원이 100명 아래로 내려가면서 농어촌과 의료취약지의 진료 공백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군의관과 공보의 확보 문제를 듣고 복무기간과 보수, 처우 개선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는 복무기간 단축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군 전체 인력 운영과 다른 특수병과와의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호석 국방부 보건정책과장은 지난 3월 국회 토론회에서 “한번 줄이면 되돌릴 수 없다”며 수의·법무 등 다른 직역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수의 분야에서도 충원 체계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 공익법무관 역시 현행 복무기간이 3년이며, 최근 충원 미달 사례가 발생했다. 군의관과 공보의의 복무기간만 줄일 경우 다른 특수병과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이를 단축 논의를 멈추는 근거로 삼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원자의 판단에 복무기간이 미치는 영향은 의료계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의대생 2천469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5%가 현재 복무기간을 “매우 부담된다”고 평가했다. 복무기간을 24개월로 줄이면 공보의 복무 희망률은 94.7%, 군의관은 92.2%까지 높아졌다.
국회에는 특수병과의 복무기간을 함께 조정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단기복무 장교와 공중보건의사,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공중방역수의사의 복무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교육훈련 기간을 복무기간에 포함하는 내용의 군인사법·병역법 개정안을 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6월 수의장교와 공중방역수의사의 의무복무기간을 군사교육 기간을 포함한 2년으로 단축하는 관련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중방역수의사의 보수 지급 기준을 손질할 수 있는 근거도 법안에 담겼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국회 심사와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해 복무기간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정부는 공중방역수의사 부족에 대응해 주거비 지원과 인력 운용 효율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올해 신규 인원이 정원의 1.3%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처우 일부를 보완하는 방식만으로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의관과 공보의의 복무기간 단축을 특정 직역의 예외로 다룰 것인지, 의무·수의·법무 등 특수병과 전체의 복무체계를 함께 개편할 것인지가 남은 쟁점이다. 형평성을 이유로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동안 비교 대상이 된 직역까지 충원 절벽에 들어섰다는 점을 정부가 어떻게 반영할지가 복무기간 논의의 핵심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