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1분기 3조8989억원의 적자를 냈다가 2분기 들어 흑자로 돌아섰다. 정부는 국고지원금 교부와 보험료 연말정산 시점에 따른 계절적 변동이라고 설명했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의료개혁 투자까지 반영하면 누적 준비금이 2029년 소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건강보험 수입은 22조4416억원, 지출은 26조3405억원이었다. 지출이 수입보다 3조8989억원 많았다.
누적 준비금은 지난해 말 30조2217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26조3228억원으로 줄었다. 연간 당기수지는 2023년 4조1276억원, 2024년 1조7244억원, 2025년 4996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 폭은 2년 연속 감소했다.
다만 1분기 적자만으로 올해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2023년 1분기 2조7000억원, 2024년 1분기 1조2000억원, 2025년 1분기에도 약 3조900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연간으로는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통상 1분기에는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교부액이 적고,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연말정산 금액은 2분기에 집중적으로 들어온다. 올해도 5월에 2025년도 귀속 건강보험료 연말정산 부과액 약 3조7000억원이 납부되면서 상반기 당기수지는 약 1조3000억원 흑자로 바뀌었다.
하반기에는 다시 지출이 늘어난다. 오는 9월 본인부담상한제 사후환급금이 지급되고 연말에는 건강검진 수검이 집중된다. 복지부는 지난해 지출 규모를 기준으로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 약 2조6000억원과 하반기 건강검진 비용 약 1조3000억원 등 3조9000억원가량의 지출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계산했다.
단기 수지와 별개로 중장기 재정 상황은 빠듯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6월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 재추계에서 현재의 보험료 인상 폭과 국고지원 수준이 유지되고 의료개혁 1·2차 실행방안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올해 5조2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추계상 연간 적자는 2027년 8조원, 2028년 9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누적 준비금은 2026년 말 25조원에서 2027년 17조원, 2028년 7조6000억원으로 감소한 뒤 2029년 마이너스 1조1000억원을 기록한다. 2035년 누적 적자는 136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확정된 결산액이 아니라 인구와 임금, 보험료율, 정부지원 비율, 의료개혁 사업비 등을 전제로 산출한 장기 추계다. 간병비 급여화와 상병수당 제도화 등 일부 국정과제에 필요한 추가 지출도 반영되지 않았다. 정책의 집행 범위나 재원 조달 방식이 달라지면 실제 수치는 바뀔 수 있다.
지출 증가의 중심에는 고령화와 의료이용 확대가 있다. 필수의료 수가 인상,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 등 의료개혁 사업도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한다. 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보험료를 낼 인구는 줄고 있어 지출 증가와 수입 기반 약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다.
건강보험 수입의 84.7%가 보험료에 의존하는 점도 부담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비교한 보험료 수입 비중은 일본 42.0%, 대만 65.0%, 프랑스 36.7%였다. 우리나라의 2026년 건강보험료율은 7.19%로 법정 상한인 8%와의 차이도 크지 않다.
일반회계와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합친 정부지원금은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실제 지원율은 평균 14.3%에 머물렀다. 지원 근거 조항은 2027년 말 일몰될 예정이며, 일몰제를 없애거나 지원금 산정 기준을 바꾸는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재정 논란과 함께 거론됐던 탈모 치료 건강보험 확대는 현재 추진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지난 6월 청년층을 포함한 급여 확대 검토 방침을 밝혔지만, 복지부는 같은 달 29일 관련 공론화 토론회 추진을 중단하고 "시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적용 연령과 대상 질환, 지원 한도, 소요 재정도 결정되지 않았다.
올해 1분기 적자는 국고지원금과 보험료 납부 시점의 영향을 받은 단기 수치이고 상반기 재정은 흑자를 유지했다. 그러나 2029년 준비금 소진 추계는 고령화와 의료개혁 지출, 높은 보험료 의존도,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정부지원이 겹친 결과다. 보험료를 더 걷을지, 국고 책임을 확대할지, 급여 항목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할지를 둘러싼 논의가 건강보험 재정의 다음 쟁점으로 남았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