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이틀 만에 당권 경쟁을 벌였던 김민석 신임 대표와 정청래·송영길 의원을 청와대로 불러 한자리에 앉혔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 간 공방이 거칠어졌던 만큼 새 지도부 출범과 동시에 당내 갈등을 정리하고 당·정·청 협력에 힘을 싣기 위한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19일 오후 6시30분부터 청와대 본관에서 김 대표와 정·송 의원, 한병도 원내대표 등과 만찬을 함께했다. 청와대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홍익표 정무수석 등이 배석했다. 참석자들은 만찬에 앞서 노타이 차림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했고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권 경쟁자들이 나란히 서서 손을 맞잡았다.
이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당선을 축하하고 정·송 의원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이어 세 사람 모두 자신과 정치적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동지이자 국민주권정부에서 책임을 맡은 주역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당·정·청 관계에 대해서는 "시대적 소명을 함께 짊어진 운명 공동체이자 국정 동반자"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올해를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자신이 사용한 일부 표현부터 거론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나온 과한 표현에 대해 사과하고 당의 단합과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데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치열한 경선에서 당선된 김 대표가 경쟁 후보들에게 먼저 유감을 표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튼 셈이다.
정 의원도 화답했다. 정 의원은 경쟁 과정에서 여러 일이 있었지만 서로가 동지이자 전우라는 취지로 말하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향후 총선·대선 승리, 정권 재창출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송 의원은 정 의원과의 관계를 직접 언급했다. 송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정 의원과 생긴 오해를 풀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참석자들은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뒤로하고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협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는 만찬 뒤 "더 강한 원팀"으로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식탁에도 화합의 의미를 담았다. 이날 만찬에는 당대표 후보들의 고향을 상징하는 식재료를 활용한 "화합육회"가 올랐다. 청와대는 전국을 돌며 경선을 치른 후보들이 피로를 풀고 건강을 회복하기 바라는 뜻을 메뉴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당대회에서는 김민석·정청래·송영길 세 후보가 당권을 놓고 마지막까지 맞붙었다. 후보들은 정책뿐 아니라 당의 정체성과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 과거 정치 행보 등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 대통령이 전당대회 직후 당선자와 낙선자를 함께 초청한 것도 이런 후유증을 길게 끌고 가지 않겠다는 뜻과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전당대회 당일 영상 축사에서도 민주당이 하나일 때 가장 강했다며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다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만찬장에서는 참석자들이 주스가 담긴 잔으로 건배했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도 포착됐다. 전당대회 기간 서로를 향해 강한 표현을 주고받았던 세 사람이 대통령과 같은 식탁에 앉아 화합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첫 당내 관계 정리의 자리가 됐다.
경선은 끝났지만 "원팀"이 실제 국정 운영 과정에서도 유지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새 지도부가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추는 과정에서 당의 역할을 어디까지 설정할지, 경선 과정에서 갈라진 당내 지지층을 어떻게 다시 묶어낼지는 남아 있다. 전당대회 이틀 만에 마련된 청와대 만찬에서 손을 맞잡은 장면이 당내 갈등을 정리하는 출발점이 될지, 이후 당·정·청의 의사 결정 과정이 첫 시험대가 된다.
김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