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에게 민원을 철회하라고 수십 차례 연락하고, 근무시간에 카페 업주에게 반복적으로 애정 표현을 한 경찰관에 대한 강등 처분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경사 계급의 경찰관이 부산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강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해당 경찰관은 2023년 10월 부적절한 언행과 품위 손상, 지시·명령 위반 및 민원 취소 강요, 후배 경찰관에 대한 갑질, 개인정보 부당 취득, 근무 태만 등 모두 5개 사유로 강등 처분을 받았다.
경찰관은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처분 취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징계가 정당하다고 봤지만, 2심은 일부 비위 사실이 인정되지 않거나 나머지 사유만으로는 강등까지 할 정도는 아니라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가운데 민원 취소를 요구한 행위의 중대성을 원심이 충분히 따지지 않았다고 봤다. 해당 경찰관은 자신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자 민원인에게 취소를 요구하며 20여 차례 전화와 문자를 보냈고, 상급자가 더 이상 접촉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경찰관이 민원인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연락한 행위가 단순한 사적인 다툼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관이 직무상 지위와 조직 내부 관계를 이용해 민원 철회를 압박한 것으로 비칠 수 있고, 이 같은 행위는 경찰 조직의 기강은 물론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근무시간에 카페 업주에게 반복적으로 고백한 행위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애정 표현을 계속했고, 이를 근무 중에 반복했다는 점에서 공직자로서의 품위와 직무 수행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피해 당사자에게 미친 영향과 공직 안팎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파장,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 등을 종합하면 해당 비위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강등 처분이 최종 확정됐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원심이 징계 사유의 내용과 비위 정도, 여러 사유가 함께 발생한 경위 등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보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판단 취지를 반영해 강등 처분의 적정성을 다시 심리하게 된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