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첫 관문인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정상 간 공식 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에 보낸 외교적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찾아 전용기에서 내린 시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맞이했다. 집권 2기 이후 미국을 찾은 외국 정상을 대통령이 공항 활주로에서 직접 영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은 2015년 이후 11년 만이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측이 한정 국가부주석을 공항에 보낸 것과 비교하면, 이번 미국의 환영 방식은 외교적 격식을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두 정상은 24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무역과 안보, 첨단기술 문제를 논의한다. 미국과 중국은 관세 갈등뿐 아니라 대만 문제와 희토류 공급망, 이란 관련 정세 등에서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특히 주목되는 의제는 인공지능이다. 양국은 AI 기술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한편, 인공지능이 사이버공격이나 생물학적 위협, 국가 기반시설 공격에 활용될 가능성에는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사전 협의를 진행한 뒤 양국 간 AI 안전 대화와 국가안보 관련 사고 통보 체계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관련 중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양국이 서로 정보를 공유해 오판이나 충돌을 막자는 구상이다.
무역 분야에서는 기존 휴전 조치의 연장 여부가 핵심이다. 베선트 장관은 양국이 지난해 부산에서 합의한 무역 휴전을 내년 1월 10일까지 연장하고, 그동안 추가 협상을 이어가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합의’는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이 고율 관세와 추가 무역 보복을 일정 기간 유예하기로 한 조치다. 이번 연장 논의는 미·중 갈등이 다시 관세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판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회담의 실질적 성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중국의 무역 관행과 첨단기술 접근을 문제 삼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수출통제와 대만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희토류 수출과 반도체 기술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은 단번에 현안을 해결하기보다 양국 간 충돌을 관리할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향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만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번 회담이 후속 협상의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