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의 중심이 도쿄와 오사카, 교토 같은 대도시에서 지방 소도시로 넓어지고 있다. 화려한 쇼핑 시설이나 유명 관광지 대신 자연과 오래된 거리,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천천히 경험하려는 여행객이 늘면서 일본 서부 산인 지방의 돗토리와 구라요시, 마쓰에, 사카이미나토가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돗토리현을 대표하는 명소는 동해와 맞닿은 돗토리 사구다. 남북 약 2.4㎞, 동서 약 16㎞에 걸쳐 형성된 대규모 해안 사구로, 정상에 오르면 굴곡진 모래언덕과 푸른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높이 약 47m의 모래언덕인 "우마노세"와 바람이 만든 모래무늬도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관람에 그치지 않고 샌드보딩과 패러글라이딩 등 체험을 즐길 수도 있다. 다만 햇볕을 피할 공간이 많지 않고 모래 위를 장시간 걸어야 하므로 계절에 맞는 복장과 충분한 식수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돗토리역에서는 버스를 이용해 약 20분이면 사구에 도착할 수 있다.
같은 돗토리현에 있는 구라요시는 흰 벽 창고와 붉은 기와 건물이 이어지는 옛 거리로 알려져 있다. 대표 관광지인 시라카베도조군에는 에도·메이지 시대의 분위기를 간직한 창고와 상가가 남아 있다. 일부 옛 건물은 공방과 기념품점, 음식점 등으로 활용되고 있어 거리의 역사와 현재의 생활상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다마가와 수로를 따라 이어진 돌다리와 흰 회벽 건물은 구라요시 특유의 차분한 풍경을 만든다. 대형 관광시설을 빠르게 둘러보기보다 골목과 상점을 천천히 걷는 방식이 어울리는 도시다. 인근 우쓰부키공원은 봄철 벚꽃 명소로 꼽히며, 돗토리 특산물인 이십세기 배를 주제로 한 박물관도 자리 잡고 있다.
시마네현의 현청 소재지 마쓰에는 성과 호수가 어우러진 도시다. 국보로 지정된 마쓰에성은 천수각이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는 일본의 현존 12천수 가운데 하나다. 천수각 위에서는 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가지와 신지호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성 주변 해자를 따라 운항하는 호리카와 유람선도 마쓰에의 주요 관광 콘텐츠다. 낮은 다리 아래를 지나며 성곽과 옛 거리를 둘러보는 방식으로, 도보 관광과는 다른 시선에서 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일본에서 일곱 번째로 큰 호수인 신지호는 해 질 무렵 붉게 물드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성곽과 수로, 호수를 연결하면 마쓰에의 역사와 자연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돗토리현 서쪽 끝에 자리한 사카이미나토는 만화 "게게게의 기타로"를 만든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이다. 사카이미나토역에서 이어지는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는 작품 속 요괴를 표현한 동상들이 설치돼 있다. 상점과 음식점, 거리 시설에도 요괴 캐릭터가 활용돼 도시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 공간처럼 구성돼 있다.
네 도시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녔지만, 산인 지방의 철도와 도로망을 이용해 연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돗토리의 자연, 구라요시의 옛 거리, 마쓰에의 성곽과 호수, 사카이미나토의 만화 문화를 함께 둘러보면 대도시 중심 여행과 다른 일본의 지역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지방 노선은 대도시에 비해 열차와 버스 운행 간격이 길고 관광시설의 휴무일도 제각각이다. 여행에 앞서 이동 시간과 마지막 교통편, 시설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명 관광지를 많이 방문하는 일정 대신 한 지역에 충분한 시간을 배분하는 것이 산인 소도시 여행의 매력을 살리는 방법이다.
김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