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3일 장중 급락세를 딛고 상승 마감했다. 미국 기술주 약세와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반도체 업종 전반에 매도 압력을 가했지만, 기관투자자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코스피는 5500선을 지켜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53포인트(0.30%) 오른 5,550.30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미국 증시 하락 여파로 약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인 뒤 상승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0.47% 상승한 21만55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4.42% 오른 127만7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반등 폭을 키웠다.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코스닥은 1.62% 하락해 시장별 흐름은 엇갈렸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9941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약 872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코스피가 상승했음에도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보다 많아 일부 대형주에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반도체 주가는 미국 기술주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고성능 반도체 수요 확대가 기업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투입하는 막대한 투자금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22일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2.60% 하락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과 수익성 논란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 기술주의 하락은 국내 증시 개장 직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업종의 높은 변동성은 이달 중순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삼성전자는 9.48%, SK하이닉스는 11.06% 급락했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두 종목에서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코스피 전체에도 하락 압력이 가해졌다.
12일부터 16일까지 한 주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17.8%, SK하이닉스는 24.3% 떨어졌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규모는 약 11조2068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9%였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 기대와 주식시장의 투자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AI 서버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D램 수요 확대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주가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향후 실적 증가 속도와 기업가치에 대한 부담도 함께 커졌다.
이날 SK하이닉스는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추진 검토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자금 조달과 투자 확대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최근 자본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상장 추진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솔리다임 상장 검토 중단은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우려와도 연결되는 사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SK하이닉스의 자금 조달 전략과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반등에도 국내 증시의 불안 요인은 해소되지 않았다.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대형주와 중소형 종목 사이의 주가 흐름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향후 시장의 관심은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익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HBM 공급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제 영업이익 증가로 얼마나 연결되는지가 주요 판단 기준이다.
코스피가 5500선을 회복했지만 외국인의 매도세와 미국 기술주 변동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반등이 증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가 남은 쟁점이다.
주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