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별한다.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낸다. 무너지고, 엉망인 마음을 감추고, 아무 일 없는 듯 숨을 쉬며 또다시 일상을 버텨낸다. 내 모두를 상실한 거 같은 이별부터 매일 다니는 길 위에서조차 죽음과 얽히어 헤어지는 작고 작은 존재까지, 시집 ‘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예요’는 매일같이 우리 주변을 맴도는 이별에 대해 묻고 있다. ‘이별이 다가오네요. 당신의 생각은 착하기만 했는데…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특히 이 시집에서 주로 다루는 이별은 ‘약자의 죽음, 희생’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길고양이’다. ‘별이 된 흰둥이와 삼색냥이’, ‘길냥이의 하루’, ‘세상의 모든 나비들에게’ 등의 시에서 길고양이는 소리 없이 스러져가는 생명, 안타까운 희생을 대변한다. 힘도 없고 구조를 요청할 언어도 쓰지 못하는 작은 생명들은 취객이 던지는 돌, 무섭게 달리는 자동차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그리고 똑같은 죽음인데 인간은 반듯한 묘비가 세워진 곳에 묻히고, 길고양이는 쓰레기봉투에 버려져야 한다. 화자가 맞아 죽은 새끼고양이를 쓰레기봉투에서 꺼내 풀숲에 묻어주자 내내 울던 형제 고양이는 그제야 자리를 떠난다.(‘별이 된 흰둥이와 삼색냥이’ 중에서)
이처럼 안타까운 죽음을 돌아보지 않는 세상의 매정함에 화자는 ‘죽어가는 생명 앞에 / 침묵하는 것이 / 삶이라면 / 내 삶은 차라리 / 죽음으로 / 침묵하겠어요’라고 저항한다. 죽음, 이별을 불편하다고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화자는 기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버림받고 상처받은 이들을 기억함으로써 생명과 지금 곁에 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시인은 뒤돌아본 삶이 아름답게 보인다면 그건 아마 당신에게도 저항해보지 못한 슬픔이 있어서라고 말한다. 슬픔이 있음은 소중했다는 의미다. 슬픔이 사라진 세상에는 행복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별을, 슬픔을, 죽음을 기억하자. 펑펑 울고 가슴 아파하자. 언젠가는 그 이별과도 헤어질 날이 올 것이다. 그렇게 당신의 슬픔도 지나갈 것이다.
시집 ‘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예요’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에서 주문·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