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19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했다.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며 중형을 선고했음에도,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절윤(윤석열과의 절연)' 요구에 즉각적인 확답을 피한 것이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선고 직후 국회 당대표실을 비운 채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했다. 오전 최고위원회의는 물론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재판 결과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숙고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해 결단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 대표가 침묵하는 사이 송언석 원내대표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 송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유죄 판결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어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과거와 현재의 어떠한 세력과도 단호히 선을 긋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미애, 김용태 의원 등도 사법부 판단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메시지를 내며 보수 정당의 반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당 내부의 기류는 복잡하다. 장 대표 측은 다각도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20일경 입장을 밝힐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방선거 체제 전환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왜 굳이 내일로 미루는지 의문이라며,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다가 절연 선언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미 장 대표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절연보다 전환이 중요하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 역시 내란죄 적용 여부가 정치적 판단에 치우쳤다는 점을 들어 상급심에서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하며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입장에 섰다.
당내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 24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들은 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힌 '윤 어게인' 세력과 즉각 절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대표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내란죄로 단죄된 노선을 추종하는 이들이 당을 패망의 길로 이끌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1심 재판부의 무기징역 선고로 12·3 사태의 법적 책임은 명확해졌으나, 국민의힘은 내부 분열과 지도부의 장고 속에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장 대표가 내놓을 최종 입장이 당의 인적 쇄신과 재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지만, 결단이 늦어질수록 리더십 훼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고를 계기로 보수 진영 내 인적 청산 범위와 강도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지도부가 명확한 선 긋기에 실패할 경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심판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당을 짓누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