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피해자 가족 모임이 최근 정부 고위 인사와의 소통 끝에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남북 관계의 긴장 완화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24일 동두천시 벨기에·룩셈부르크 참전 기념탑에서 열린 한국전쟁 75주년 참배 행사 직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 대표는 "전날 정부 고위급으로부터 위로 차원의 연락을 받았고,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었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어 "피해 가족들과 논의를 거친 후 대북 전단 살포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하여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현 정부 인사들이 납북자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과거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던 이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정부가 남북 대화를 통해 납북 피해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할 기회를 반드시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동두천에서 참배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해 파주, 연천, 인천 강화, 강원 등 주요 접경 지역 접근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하며, 동시에 자신의 아버지가 6·25 전쟁 당시 미군 산하 비정규 특수부대인 켈로부대 출신으로 1967년 서해 연평도 근해에서 조업 중 납북되어 1972년 북한에서 처형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조만간 내부 논의를 거쳐 집회 신고 기간인 다음 달 10일 전까지 전단 살포 중단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실제로 이날 살포 중단 선언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 단체는 앞서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자 가족 할머니들에게 밥 한 끼를 사며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면 전단 발송을 중단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그동안 납북자가족모임은 올해 4월 27일 파주 임진각, 5월 8일 강원 철원군, 6월 2일 파주 접경지 등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해왔다. 특히 풍선뿐만 아니라 무인기(드론)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며 소식지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한편,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전단 엄정 대응' 지시에 따라 주요 접경 지역에 경찰 기동대를 배치하여 전단 살포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으며, 처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관련 법 개정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