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집 앞까지 쫓아가 성폭행하려 한 2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주거가 일정하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해자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는 피해자 측은 "법원이 가해자의 인권만 생각하고 피해자의 안전은 외면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30일, 강간미수 혐의로 현행범 체포한 21살 남성 A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8일 밤 10시 30분경, 인천시 부평구의 한 도로에서 혼자 귀가하던 여고생 B양을 발견하고 집 앞까지 뒤쫓아간 뒤, B양의 아파트 공동현관에서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인천지방법원의 김정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결정에 피해자 측은 즉각 분통을 터뜨렸다. B양의 가족은 언론을 통해 "가해자가 풀려나 보복하러 올까 봐 온 가족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피해자인 딸은 충격으로 혼자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극심한 불안에 떨고 있는데, 어떻게 가해자를 풀어줄 수 있느냐"고 호소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성범죄, 특히 '묻지마 범죄'의 재범 위험성을 지나치게 안일하게 판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다. 범행 장소가 피해자의 주거지 앞에서 벌어진 만큼, 가해자가 피해자의 거주지를 명확히 알고 있어 보복 범죄의 우려가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즉각 피해자 보호 조치에 나섰다. 경찰은 B양에게 위급 상황 시 즉시 신고가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자택 주변 순찰을 대폭 강화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측의 불안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주거침입 등 추가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보강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주거가 일정하다'는 기계적인 법리 판단이 피해자를 보호하고 국민 법 감정에 부응하는 길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다시 한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