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 만의 최강 지진이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를 강타하면서 발생한 쓰나미가 쿠릴열도를 덮치자, 러시아 당국이 해당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긴급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 사할린주 당국은 30일(현지시간) 쓰나미로 인해 건물 파손과 침수 피해가 발생한 쿠릴열도 북부 세베로쿠릴스크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번 비상사태 선포는 이날 오전 11시 24분(현지시간, 한국시간 오전 8시 24분) 캄차카반도 동쪽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8.7의 초강력 지진에 따른 것이다. 이번 지진은 1952년 이후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규모로 기록됐다.
강진 발생 직후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는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으며, 쿠릴열도에는 실제로 3~4미터 높이의 강력한 쓰나미가 도달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지구물리연구소가 공개한 영상에는 쓰나미가 세베로쿠릴스크 해안가의 건물을 덮치는 긴박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성명을 통해 쓰나미가 해안을 강타하면서 항구 도시인 세베로쿠릴스크가 침수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일부 유치원 건물에 균열이 가고 건물 벽이 무너지는 등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레리 리마렌코 사할린 주지사는 주민들을 즉시 고지대로 대피시켰으며,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 쓰나미 위협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주민들이 안전한 곳에 머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캄차카 강진은 태평양 전역을 긴장시켰다. 인접한 일본은 홋카이도 등 태평양 연안에 최대 3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도달할 수 있다며 한때 약 300만 명에 달하는 주민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미야기현 이시노마키 항에서는 최대 50cm의 쓰나미가 실제로 관측되기도 했다.
미국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 역시 하와이주 전체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으며, 미국 서부 해안과 괌, 필리핀, 대만 등 환태평양 국가 대부분이 쓰나미 경보 또는 주의보를 발령하고 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러시아 당국은 비상사태가 선포된 쿠릴열도에 구조 및 복구 인력을 급파하는 한편, 정확한 피해 규모를 집계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