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州)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에 머물고 있는 우리 국민 300여 명이 현지시간 10일 오후, 전세기를 통해 귀국길에 오를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 귀국 방식은 추방 기록이 남지 않는 '자진 출국' 형태로 진행된다. 한편 백악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특수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미국인들을 고용해주길 원한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대미 투자 기업들의 인력 운용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임을 시사했다.
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포크스턴 현장에 상주하고 있는 우리 외교부 현장대응팀은 구금시설 관계자들과 만나 자진 출국을 위한 마지막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논의 결과, 구금된 우리 국민들은 현지시간 10일 오후 2시 30분(한국시간 11일 새벽 3시 30분)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전세기편에 오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공항에서 버스로 약 7시간 거리에 있는 구금시설에서 현지시간 10일 새벽 1시(한국시간 10일 오후 2시)쯤 공항으로 미리 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이번 사태의 파장을 의식한 듯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외국 기업 노동자의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상무부 등 담당 부처가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특수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의 숙련된 전문가들이 미국에 들어와 미국인 근로자들을 훈련시켜 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기업들이 미국 노동자들을 고용해주길 기대한다"며 "미국인들도 그 일자리들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인 우선 고용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번 사태가 예견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대미 투자 기업들에 필요한 전문인력 비자를 충분히 발급하지 못해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내 분위기를 상세히 전하며 "한국은 이번 사태를 동맹 정신에 어긋나는 특이하고, 충동적이며, 모순적인 행동으로 본다"며 "한국인들은 격분과 혼란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다른 국가와 다국적 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 단속 작전으로 일본인 3명과 중국인 8~9명도 함께 구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비자 문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여러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으로의 출장을 잠정 중단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어 당분간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