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 고립된 70대 남성을 구조하다 순직한 고 이재석 경사의 사고 당시 파출소와 나눈 마지막 무전 내용이 공개되면서 해경의 초기 대응 부실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교신 기록에는 이 경사가 홀로 현장에 나선 뒤 인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사실상 묵살당하고, 이후 13분의 '골든타임'이 허비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공개된 기록에 따르면, 지난 11일 새벽 2시경 '갯벌에 사람 형체가 보인다'는 신고를 받은 이 경사는 '2인 1조' 근무 규정을 위반한 채 홀로 순찰차로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 도착 후 고립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이 경사는 파출소 당직 팀장에게 "입수해서 들어가야 할 것 같다"며 지원 필요성을 처음 알렸다. 이에 팀장이 휴식 중인 근무자를 깨워 보낼지 묻자, 이 경사는 "물이 차올라서 조금 필요할 것 같긴 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팀장이 '동료를 깨워 같이 대응하자'고 제안한 직후, 이 경사가 "물이 발목 정도 차오른다"고 현장 상황을 보고하자 "발목 정도밖에 안 되냐"고 되물으며 인력 지원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결국 이 경사는 별도의 지원 없이 홀로 구조에 나섰다.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새벽 2시 54분, 이 경사가 고립된 노인을 만났을 때 바닷물은 이미 허리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그는 2분 뒤 다급한 목소리로 "일방적으로 송신하겠다"며 노인의 부상 상태를 보고하고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빠져나가겠다"고 알렸다. 물이 허리까지 찼다는 보고를 받은 팀장의 답은 "신속히 이탈하기 바란다"는 원론적인 지시뿐이었다.
새벽 2시 57분, "구명조끼를 터뜨려 이동시키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이 경사의 교신은 완전히 두절됐다. 하지만 추가 인력은 즉시 출동하지 않았다. 다른 파출소 직원들은 교신 두절 13분이 지난 새벽 3시 10분, 최초 신고를 했던 드론 업체의 지원 요청을 받고서야 현장으로 향했다.
순직한 이 경사의 유족은 영결식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해양경찰서장과 파출소장 등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있다며 이를 폭로하겠다고 예고해, 이번 사태는 해경 지휘부의 책임론으로까지 번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