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어렵사리 도출했던 협치(協治)의 결과물이 하루아침에 백지화되고,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3대 특검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파행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극심한 내홍을 겪으며, 입법 성과와는 별개로 깊은 정치적 상처를 남기게 됐다.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라며 강력히 반발, 본회의에 불참하며 향후 정국의 급랭을 예고했다.
국회는 어제 본회의를 열어 '김건희 특검법', '순직 해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등 3개 특검법 개정안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핵심은 특검이 재량으로 수사 기간을 30일씩 두 차례, 총 60일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수사 인력을 보강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 특검의 활동 기간과 규모를 대폭 확대하여 수사의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민주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이 불과 하루 전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앞서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인력 증원도 최소화한다"는 내용의 합의안을 발표하며 협치의 물꼬를 트는 듯했다. 그러나 이 합의안은 발표 직후부터 민주당 지도부와 강성 당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정청래 대표는 "수용할 수 없는 협상안"이라며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고, 합의 당사자인 김병기 원내대표에게는 당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당내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와 긴밀히 소통해왔다"며 합의 과정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한편, 정청래 대표를 향해 "공개 사과하라"고 맞서면서 리더십은 심각한 균열을 보였다. 결국 정 대표는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며 당원과 국민에게 사과하는 형태로 한발 물러섰고, 당은 기존 합의안을 폐기한 뒤 대폭 강화된 개정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길을 택했다.
민주당은 특검 수사의 철저함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정치적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여야 간 협상 관행이 무너졌고, 거대 여당의 힘의 정치가 재현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당내 민주적 절차와 소통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노출한 셈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민주당은 원하는 법안을 손에 쥐었을지 모르나, 정치적 신뢰와 내부 통합이라는 더 큰 가치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