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고립자 구조 중 순직한 고 이재석 경사 사건의 파문이 해양경찰청 지휘부의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동료 경찰관들이 "지휘부가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라'며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폭로한 가운데, 해양경찰청은 16일 이번 사건의 지휘 책임을 물어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영흥파출소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이 이미 사의를 표명한 데 이은 사실상의 문책성 인사로, 사건이 단순한 안전사고를 넘어 조직적 은폐 의혹으로 비화하면서 해경 전체가 창설 이래 최대 위기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이번 대기발령 조치는 지난 15일, 고 이재석 경사의 영결식 날 동료 경찰관 4명이 연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주장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사고 직후 영흥파출소장과 인천해경서장으로부터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특히 "고인을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유족을 봐도 울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혀, 지휘부가 조직의 과실을 덮기 위해 고인의 희생을 이용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동료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건 당시 해경의 대응은 총체적 부실에 가까웠다. 지난 11일 새벽, 이 경사는 '2인 1조 출동'이라는 내부 규정을 어기고 홀로 갯벌 구조에 나섰다. 당시 파출소에는 휴게 인원을 포함해 다수의 직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이 경사가 위험에 처한 사실을 파출소 지휘부가 아닌 민간 드론업체의 연락을 통해 처음 인지했으며, 상황실에 첫 보고가 이뤄지기까지 약 80분이 지체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결국 이 경사는 자신의 구명조끼를 구조 대상자에게 벗어준 뒤 거센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고, 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들은 "사실만으로도 고인은 영웅"이라며 "'영웅 만들기'를 명분으로 입막음을 지시한 것은 지휘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대통령실까지 나서 "외부 기관을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지시했으며,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즉각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인천해경서장 등에 대한 대기발령은 지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해경의 후속 조치이지만, 이미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될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해경 조직 전체를 향한 대대적인 수사와 개혁 요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