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아 집값 떨어지면 사라"는 발언으로 성난 민심에 불을 지핀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결국 공식 사과했다. 배우자의 30억 원대 "갭투자" 의혹까지 겹치며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여당 내부에서조차 터져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 차관은 오늘(23일) 국토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고개를 숙였으나, 일각에서 제기된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차관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국토교통부의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유튜브 방송 대담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열심히 생활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부적절했음을 시인했다. 또한, "내로남불" 비판의 핵심이었던 배우자의 갭투자 의혹과 관련해서는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기존 해명을 반복하면서도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차관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제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겠다"며 주택 시장 조기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차관의 이번 사과는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길이 막힌 서민들의 분노가 임계치에 달하고, 여당 내부에서조차 책임론이 비등점에 이른 상황에서 나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원로인 박지원 의원은 오늘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차관을 "아주 파렴치한 사람"이라고 맹비난하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 박 의원은 "당 최고위원이 (국민께) 사과를 한다면 자신이 책임을 져야 되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국민의 말초 신경을 아주 비위를 상하게 그따위 소리를 하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좋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어제 한준호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를 대표해 "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여권 내부의 심각한 위기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앞서 이 차관은 지난 19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향해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돈을 모아 집을 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거센 비판을 자초했다. 설상가상으로, 이 차관의 배우자가 지난해 정부의 갭투자 규제 대상 지역인 판교에서 30억 원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로남불" 논란의 정점에 섰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주무 부처 차관이 사과를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사퇴'라는 근본적인 책임론에는 선을 그으면서 논란은 당분간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계속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