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 시세의 과열 현상을 보여주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일주일 만에 절반 이하로 급락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드러냈다. 한때 20%에 육박했던 국내외 가격 괴리율이 급격히 축소되자, 단기 과열에 따른 투기성 매수세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2일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 따르면, 이날 금현물 1g당 종가는 21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시각 국제 금 시세인 19만 2,860원(가정치) 대비 약 8.88% 높은 수준이다. 이 프리미엄 비율은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5일, 18.55%까지 치솟으며 비정상적인 과열 양상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금융권에서는 국제 금 시세의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국내 가격만 홀로 급등락한 현상을 두고, 국내 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투기적 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한다. KRX 금시장은 실물 금 거래를 기반으로 하며, 해외에서 금을 들여와 통관 및 품질 검사, 등록 절차를 거쳐야만 공급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인 시간차가 국내 수요를 즉각적으로 따라잡지 못하면서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을 유발하고, 이것이 국제 시세와의 가격 괴리, 즉 "프리미엄"을 발생시키는 주된 원인이다.
최근의 프리미엄 급등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유입되며 가격을 밀어 올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프리미엄이 20%에 육박하며 가격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는 동시에 신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가격이 급격히 정상화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괴리율 확대 시기에 추격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의 단기 손실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금 시세만 보고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것은 고점 매수 위험을 키운다"며 "괴리율이 크다는 것 자체가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이럴 때일수록 공격적 투자보다는 국제 금 시세와 환율 변동 추이를 함께 살피며 위험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국내 실물 금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국제 시세에 직접 연동되는 대안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금 상장지수펀드(ETF)나 금 통장, 해외 금선물 등은 국내 시장의 일시적 공급 지연이나 프리미엄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리미엄 급락을 단기 조정 국면의 신호로 보고 있으나, 투자 심리와 환율 변동이라는 주요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어 당분간 국내 금 시장의 변동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