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중인 시내버스 운전자를 향한 승객의 무차별적인 폭행 사건이 또다시 발생해 대중교통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정류장이 아닌 곳에 하차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50대 남성이 20대 버스 기사를 폭행, 버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위험천만한 사고로 이어졌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어제(2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4시 50분경 인천시 계양구 효성동의 한 도로를 주행 중이던 시내버스 안에서 운전기사인 20대 B씨를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당시 확보된 버스 내부 CCTV 영상에는 A씨가 운전석에 앉은 B씨에게 접근해 무언가를 요구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A씨는 갑자기 손에 쥔 휴대전화로 B씨의 얼굴을 가격하고, 주먹을 휘두르며 폭행을 이어갔다. A씨는 B씨의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등 난동을 멈추지 않았으며, 버스에 타고 있던 다른 승객이 놀라 달려 나와 만류했음에도 폭행은 계속됐다.
B씨는 폭행을 당하는 와중에도 운전대를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버스는 중심을 잃고 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에야 멈춰 섰다. 이 사고로 B씨는 입술이 찢어지는 등 부상을 입었으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버스 정류장이 아닌 장소에서 하차를 요구했으나 B씨가 규정상 불가능하다며 이를 거부하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는 행위는 단순 폭행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중대 범죄로 간주된다. 현행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10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승객이 상해를 입을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러한 운전자 폭행 범죄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음주 상태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요금 시비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해, 대중교통 운전자의 안전을 보호하고 승객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를 추가로 조사하는 한편,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