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 경제는 전례 없는 자산 가격 폭등과 극심한 소득 및 자산 격차 심화라는 모순적인 국면에 처해 있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일부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은 "코스피 4천 시대"의 개막을 선언하고 있지만, 정작 서민 경제의 체감 온도는 최저 수준에 머물며 이른바 "K자형 양극화"가 사회 전반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올해 국내 주식 시장의 수익률은 60%에 달하며 전 세계 주요국 증시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값 역시 약 65%가량 급등했다. 부동산 시장 또한 서울 집값이 4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사실상 현금을 제외한 모든 자산의 가치가 치솟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경제 전반의 긍정적인 지표와 자산 시장의 활황은 겉보기에는 경제 호황의 신호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인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인한 막대한 이익이 소수의 자산 보유층에게 집중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미 자본을 축적한 계층은 주식, 부동산, 금 등의 자산 투자로 인해 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자산이 없거나 소득 기반이 취약한 계층은 급등하는 물가와 집값, 그리고 불안정한 고용 시장으로 인해 더욱 궁핍해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K자형 양극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부유층은 상향하는 K자의 위쪽 곡선을, 서민층과 취약 계층은 하향하는 아래쪽 곡선을 그리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30년간 서울에서 불고기 백반집을 운영해온 영세 자영업자는 최근 치솟는 재료비와 인건비, 전기세 등 각종 비용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저녁 장사를 완전히 접었으며, 내년에는 아예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한때 여섯 명에 달했던 직원은 두 명으로 줄었으며, 고령의 노모가 서빙을 도울 정도로 운영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은 자산 시장의 활황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현실을 살아가고 있으며, 주식이나 코인 투자 등은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취업 준비 중인 30대 청년층 등 고용 시장의 주변부에 놓인 이들의 고통도 심화되고 있다. 투자할 여력이 없어 동생 집에 얹혀살며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이나, 코스피 4천 시대에도 밥값을 아끼려 일주일에 서너 번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직장인의 사례는 자산 시장의 환호가 이들에게는 "동떨어진 이야기"일 뿐임을 증명한다. 이들에게는 "벼락거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즉 심리적인 소외감까지 더해지며 양극화의 깊이는 단순한 경제적 격차를 넘어 사회적 박탈감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소비의 실질적 양극화"뿐만 아니라 "에브리싱 랠리에서 소외되었다는 심리적 양극화"가 동시에 심화되는 것으로 분석한다. 현 상황에서 경제 정책 결정자들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양극화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치솟는 환율과 자산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저소득층의 생계를 지원하고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돈을 풀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상반된 요구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결국 전문가들이 내놓는 해법은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고 견실한 성장을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이 자연스럽게 늘어나야만 자산 격차를 메울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이들의 고통을 완화하고 소외감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은 부재한 실정이다. 자산 시장의 초강세 속에서 부자들만 배불리는 K자형 양극화는 2025년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