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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셋값 고공행진에 세입자 절반 "계약갱신권" 행사로 버티기

양길환 기자 | 입력 25-12-28 15:47



서울 지역 아파트 전월세 시장에서 임대료 오름세가 가팔라지면서, 기존 거주지에 계속 머물기 위해 계약을 연장하는 임차인들의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갱신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41.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지난해 기록했던 31.4%와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로, 주거비 부담 증대에 따른 임차인들의 고착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갱신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중 절반에 가까운 49.3%가 법적 권리인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갱신권 사용 비중이 32.6%에 머물렀던 것과 대조하면 1년 만에 사용률이 16.7%포인트나 폭등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임대료 인상 폭을 기존 금액의 5%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장치로, 신규 계약 시 적용되는 가파른 시세 상승분을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적극적으로 권리 행사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지속적인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누적 기준 3.06% 상승하며 강한 상방 압력을 유지했다. 신규 계약을 통해 다른 단지로 이동하려 할 경우,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부담에 더해 수억 원에 달하는 추가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세입자들이 이동 대신 "현주거지 사수"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주요 단지에서는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사이의 임대료 격차가 수억 원 이상 벌어지는 이중 가격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강남권과 마포, 용산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갱신권을 사용해 5% 미만으로 임대료를 방어하려는 수요가 집중되면서 갱신 계약 비중이 전체 거래의 절반을 상회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가을 이사철을 지나 연말까지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임차인들의 선택지가 좁아진 점이 갱신권 사용 급증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갱신 계약 위주의 시장 구조가 단기적으로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돕는 측면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켜 시장 수급 불균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갱신권 사용이 만료되는 시점에는 억눌렸던 인상분이 한꺼번에 반영되며 임차인들이 더 큰 주거비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공급 확대와 더불어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상승하는 전셋값과 이를 피하려는 갱신권 행사가 맞물리며 거래 절벽 속에서도 가격은 오르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세입자들은 주거비 폭등이라는 현실적인 위협 앞에서 법적 보호 장치에 의존해 버티기에 들어갔으며, 이러한 추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신축 입주 물량의 추이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추가적인 부동산 대책이 전세 시장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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