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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6년 코스피 5000시대 향한 첫걸음?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1-01 15:58



지난해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한 장면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년간 이어져 온 ‘박스피’ 논란과 저평가 담론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이 구조적 전환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긴축과 지정학적 리스크,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중첩되던 국면에서 한때 2,200선까지 밀렸던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반등은 단기 랠리로 치부하기에는 무게가 다르다.

이번 상승의 직접적인 동력은 반도체 업황의 회복이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라는 메가 트렌드 속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반도체는 여전히 코스피 시가총액과 이익 구조의 핵심 축이며, 외국인 자금 유입 역시 이들 대형주를 중심으로 재개됐다. 이는 한국 증시가 글로벌 기술 사이클과 다시 보조를 맞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책 환경의 변화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자본시장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확산됐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 상법 개정 논의는 그동안 고질적으로 지적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제도적 원인을 손보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여기에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까지 더해지며, 단기적인 지수 부양이 아닌 시장 구조 개선을 겨냥한 정책 프레임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코스피 5,000’이라는 다음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글로벌 유동성 환경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재진입 가능성을 근거로 5,000선 도달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전제 조건이 분명한 가설에 가깝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한 단계 상향 조정되지 않는다면, 지수의 추가 레벨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구조적 한계도 여전히 존재한다. 코스피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시장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산업 다변화 측면에서는 글로벌 주요 증시 대비 취약하다. 경기 회복 속도와 수출 환경, 환율 변동성 역시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반도체 업황이 다시 둔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지수 전반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결국 코스피 5,000 시대의 관건은 ‘지수 상승’이 아니라 ‘질적 전환’이다. 기업 이익의 지속성, 주주환원 정책의 정착,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5,000은 상징적 목표에 그칠 수 있다. 4,000 돌파가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했다면, 5,000 도전은 한국 증시가 글로벌 선진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지금의 상승 흐름은 분명 의미 있는 첫걸음이지만, 그 다음 발걸음은 훨씬 더 단단한 펀더멘털 위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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