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에 포함하는 이른바 ‘재판소원제’ 도입이 확정됐다. 국회는 27일 저녁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225명 중 찬성 162명, 반대 63명으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기본권을 침해받았을 때 제기하는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했던 현행 헌재법 제68조 제1항의 예외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소송 당사자는 대법원 판결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할 경우,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헌재에 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재판소원제가 도입됨에 따라 헌재는 법원의 재판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판결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판결이 취소되면 법원은 헌재의 결정 취지를 반영해 다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이는 1988년 헌재 설립 이후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법원의 판결권’과 ‘헌재의 심판권’ 사이의 해묵은 영역 다툼에서 헌재의 판정승으로 해석되는 지점이다.
대법원은 개정안 통과 직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재판소원제가 사실상의 ‘4심제’로 작동해 판결 확정을 지연시키고 국민을 ‘소송 지옥’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헌법상 최고 법원으로 규정된 대법원의 지위를 훼손하고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헌적 조치라는 주장이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사법권 행사 역시 공권력의 일종인 만큼 기본권 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이다.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이 판사의 독단적인 소송 지휘나 위헌적 법령 적용을 견제함으로써 오히려 사법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표결 현장에서는 여야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정당들은 사법부의 오판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사법 개혁’의 완성이라고 평가하며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과 개혁신당 일부 의원들은 재판 지연과 사법권 독립 침해를 이유로 반대표를 던지며 퇴장했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대한민국 사법 체계는 건국 이래 가장 큰 구조적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당장 법조계에서는 헌재로 향하는 헌법소원 청구가 폭증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대법원과 헌재 간의 실질적인 권한 충돌과 이로 인한 법적 불안정성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을 이송받아 공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다만 사법부 내부의 강력한 반발과 위헌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향후 실제 제도 시행 과정에서 법원과 헌재의 극한 대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