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결국 대법관 증원을 포함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을 통과시켰다. 표면적으로는 “재판 지연 해소”와 “사법 서비스 개선”을 내세웠지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숫자를 바꾸는 일은 곧 구조를 바꾸는 일이고, 구조를 바꾸는 일은 결국 권력의 흐름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늘어나는 상고 사건을 감당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은 수만 건에 달하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인적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사회적 합의와 충분한 숙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대법관 증원은 단순한 행정 조정이 아니다. 대법원은 법률 해석의 최종 판단기관이다. 이곳의 구성 변화는 향후 수십 년간 판례의 방향과 사회적 기준을 좌우할 수 있다. 결국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누가 임명하느냐”가 더 본질적인 쟁점이다.
야당은 “사법부 독립을 위협하는 정치적 계산”이라고 반발한다. 반면 여당은 “기득권 사법 체제의 저항”이라고 맞선다. 그러나 국민이 궁금한 것은 정쟁의 프레임이 아니다.
이번 입법이 정말로 재판 지연을 해소할 실질적 해법인지, 아니면 정치권력이 사법 지형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지다.
사법개혁은 필요하다.
다만 개혁은 신뢰 위에서만 작동한다. 권력이 바뀔 때마다 사법 구조까지 흔들린다면, 사법은 정치의 연장선으로 오해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3법 완결’이 사법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지는 이제 시행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숫자는 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의 신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