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실질적 안보 사령탑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일축하며 강경 항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라리자니 총장은 현지시간 2일 개인 소셜미디어(X)를 통해 "우리는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비친 재협상 여지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이번 발표는 오만의 중재로 이란과 미국이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일부 외신 보도를 직접 반박한 것이다. 라리자니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헛된 희망'과 망상적 환상이 이 지역을 카오스(혼돈)에 빠뜨렸다"고 맹비난하며,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사망 이후에도 이란의 대미 기조에는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라리자니 총장은 지난달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 직전 하메네이로부터 국가 운영 전권을 위임받은 이란의 핵심 실권자다. 공습 당시 암살 표적이었으나 극적으로 화를 면한 그는 현재 모하마드 모흐베르 전 부통령과 함께 전시체제 비상 정부를 이끌며 군사와 안보를 총괄하고 있다.
이란 외교 라인도 안보 사령탑과 궤를 같이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전날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보복 자제'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정면으로 맞받았다. 아라그치 장관은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자신을 방어할 것"이라며 "국민을 보호하는 데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이어 "이란군은 나라를 방어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준비된 상태"라며 무력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 사살 발표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 등을 향해 "지금 투항하면 면책하겠다"는 회유책과 "나중에는 죽음뿐"이라는 압박책을 동시에 구사하며 새로운 판을 짜려 시도했다. 그러나 이란 지도부가 '대화 거부'와 '전면 항전'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중동 정세는 외교적 해결보다는 물리적 충돌의 확전 기로에 서게 됐다.
현지 안보 전문가들은 이란 지도부의 이러한 반응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대리 세력(프록시)들에게 항전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공습 수위를 높이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이란의 강경 대응 방침이 실제 미사일 발사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고강도 보복 조치로 이어질지가 이번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